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22.
《나의 하염없는 바깥》
송주성 글, 걷는사람, 2018.4.30.
새벽에 빗소리를 듣는다. 밤새 바깥은 술꾼이 주절주절하며 시끄러웠다. 시골은 밤새 개구리소리와 풀벌레소리와 멧새소리 세 가지가 어울리는 밤노래인데, 서울은 밤새 술판인 줄 새삼스레 느낀다. 알맞고 즐겁게 마시면서 서로 고즈넉이 생각을 나누는 술자리란 없이, 골목이며 마을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떠드는 자리여야 할 만큼, 하루가 고되고 밥벌이가 힘겹다는 뜻 같다. 술담배이건 밥이건 옷이건 돈이건, 알맞게 즐기고 나누고 베풀 수 있을 적에 손에 책을 쥔다고 느낀다. 10시부터 숭실대 앞 〈라이브러리 두란노〉에서 ‘섬섬꽃’ 2걸음을 편다. 오늘은 ‘어른이라는 분’을 글감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 어른이 사라졌다고 여기는 분이 많다만, 흙으로 돌아간 어른은 이제 그만 그릴 때이다. 바로 우리가 스스로 어른으로 서서 아이곁을 돌볼 노릇이다. 《나의 하염없는 바깥》을 읽는 내내 갸우뚱했다. 틀림없이 ‘나’를 글로 담아내는 듯하면서도 정작 ‘나’는 안 보이고 ‘남’만 가득하다. 요즈음 나오는 ‘젊은시인’과 ‘원로시인’ 모두 ‘나’를 안 그리고 ‘남’만 그리는 듯싶다.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날’이 없기에 ‘스스로 짓는 삶’을 글로 못 담는 셈인가. 나무 곁에 서지 않으면 ‘나’를 볼 수 없을 텐데.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