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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8
권정생 지음, 김병하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5.2.
그림책시렁 1570
《소》
권정생 글
김병하 그림
창비
2025.3.7.
권정생 님이 소 이야기를 쓴 지 아주 한참 됩니다. 오늘날하고 참으로 다른 소 이야기일 텐데, 2025년에 나온 그림책 《소》를 펼치며 한참 갸웃했습니다. 요새는 시골아이도 소를 모르거나 못 보는데, 거의 서울아이한테 읽힐 이 그림책이 무슨 보람이나 이바지를 할까요? ‘소’라 하면 ‘소고기’부터 떠올릴 테고, 소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테고, ‘굴레’나 ‘고삐’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을 테고, 논밭을 스친 적은 있을지라도 막상 논갈이와 밭갈이가 무엇인지 모를 만하고, ‘꼴’이 무엇인지 더더구나 모를 텐데, 그림만 살짝 예스럽게 붙여서 여미는 그림책으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그야말로 알쏭합니다. 권정생 님이 남긴 글은 아름다우면서 푸근합니다. 그런데 요즈음 글꾼과 그림꾼은 곁에 소가 없잖아요? 요즈음 글꾼과 그림꾼은 시골에서 아주 안 살거나 등진 채 서울에서 살잖아요? 왜 이 이야기를 굳이 다시 그릴까요? 지켜볼 수도 쓰다듬을 수도 같이 일할 수도 없는 소 이야기를 왜 2025년에 선보여야 할까요? 이제 시골조차 “소가 거닐 길”이라든지 “소가 풀을 뜯을 풀밭이나 들숲”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고작 마흔∼쉰 해 앞서까지 소몰이에 풀뜯기를 하던 시골이라지만, 풀밭이 사라지고 소똥과 소똥구리도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뛰놀 빈터도 나란히 사라진 나라입니다. 이동안 붓끝도 붓빛을 다 잃어버렸구나 싶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