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2
마츠무시 아라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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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25.

엄마도 아빠도 아닌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2》

 마츠무시 아라레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3.31.



  나를 낳은 엄마도 나를 낳기 앞서는 ‘젊은이’였고, 젊은이에 앞서 ‘아이’였습니다. 나를 낳은 아빠도 나를 낳기 앞서는 ‘젊은이’에 ‘아이’였어요. 더 헤아리면, 우리 엄마아빠를 낳은 할매할배도 예전에는 젊은이에 아이였습니다.


  사랑을 그리면서 사랑으로 짝을 맺은 엄마아빠가 있을 테지만, 사랑이 아니었으나 이래저래 짝을 맺고서 아이까지 낳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으로 짝을 맺었으나 갖은 담과 울에 가로막히면서 그만 일찍 떠난 어버이가 있고, 사랑이 없이 짝을 맺고는 아이를 팽개친 어버이가 있습니다.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2》을 읽자니, 이 그림꽃에 나오는 두 사람한테는 ‘낳은 사람’만 있되 ‘돌본 어버이’는 없는 어린날을 보낸 듯싶습니다. 그런데 ‘낳은 사람’인 두 사람은 ‘낳기’조차 매우 싫어한 듯싶군요. 억지로 누구를 낳기는 했으나, 스스로 낳았으면서도 돌아볼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었고, 두 사람은 ‘낳은 사랑도 돌본 사랑’도 도무지 느끼기 어려운 어린날을 지나오면서 어느새 스물이나 서른이라는 나이에 이릅니다.


  어린날 사랑을 느끼거나 누려 본 적이 없는 채 몸뚱이만 자랐다면, 이때에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요? 어린날 집에서 사랑을 보거나 듣거나 배운 적이 없는 채 스물이나 서른이라는 나이까지 흘렀다면, 우리는 사람이라는 몸으로 뭘 할 만할까요?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면, 아이들이 엄마아빠 곁에 머물 틈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맡겨지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골목도 마을도 없을 뿐 아니라, 노키즈존으로 넘치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잘 바라보아야 합니다. 적잖은 어버이가 아이를 팽개친다(방치)고 여기지만,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아 자란 어린날이 없는 채 몸뚱이만 어른이 된 사람이 짝을 맺어서 아이를 낳을” 적에 아이를 쉽게 팽개치게 마련입니다. 다만, 어릴적에 아무 사랑을 못 받은 아이라 하더라도 “난 우리 엄마아빠처럼 사랑없는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겠어” 하고 꿈을 그리는 아이들은 “사랑받지 못 한 나날을 보내었어도 새롭게 사랑을 지으며 아이곁에서 웃고 노래하는 오늘”을 짓더군요.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대단한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대단하다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나누고 누리는 수수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펴기를 바랍니다. 개미를 구경할 틈을 느긋이 누리고 싶고, 개구리가 혀를 낼름 내밀어 잠자리나 파리를 잡아채는 모습을 지켜볼 짬을 느슨히 누리고 싶습니다. 고치를 튼 애벌레가 날개돋이를 할 때까지 보름쯤 멀거니 지켜보고 싶고, 나팔꽃이 어떻게 이른새벽에 꽃봉오리를 펴는지 새벽바람으로 아침까지 곁에 앉아서 바라보고 싶습니다.


  함께 자라기에 즐겁게 누리는 오늘입니다. 아이하고 어버이는 키도 몸도 다르지만, 어깨동무를 하면서 천천히 거닐기에 사랑입니다. 낳은 아이가 없더라도 누구나 어른스럽게 마을 아이를 마주할 만합니다. 아이를 꼭 안 낳더라도 온누리 모든 아이가 “우리 아이”입니다. 우리는 서로 엄마나 아빠이기도 하지만, 엄마아빠란 이름이 없더라도 ‘너·나·우리’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수다꽃을 피우는 사람입니다.


  아기는 엄마가 잘생기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기는 사랑을 품는 엄마를 바랍니다. 아이는 아빠가 돈을 잘 벌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가꾸는 아빠를 바랍니다. 우리는 어른이나 어버이라는 자리에서 아이한테 무엇을 바라는지 이제부터 몽땅 다시 생각할 노릇입니다.


ㅍㄹㄴ


“누군가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시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22쪽)


“그렇게 지각이 몹쓸 짓인가요?” “뭐?” “으음, 사실 카와무라 씨는 차로 1시간이나 걸리잖아요?” (88쪽)


“그치만 우리 개가 위독해서 도쿄까지 바래다줘도 료헤이 군은 아무 이득도 없…….” “되게 시끄럽노, 토모짱. 손해인지 이득인지 몰라도, 토모짱이 곤란하면 도쿄에 가는 의미는 있지.” (110쪽)


“엄마 곁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었지만, 이젠 찾았으니까 괜찮아.” (128쪽)


“네가 그 가게를 물려받았다니, 웃긴다. 그 정도 인물이면 기둥서방이라도 할 것이지.” “날 할배 집에 두고 갔으면서, 데리러 오겠다 캐놓고 전화도 안 하고, 속 편하게 잘도 카레 처묵고 있나?” “아무 데나 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야.” (141쪽)


#自轉車屋さんの高橋くん #松蟲あられ


+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2》(마츠무시 아라레/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


완전 꿈의 밥상이네

→ 아주 꿈같은 밥이네

→ 아주 꿈밥이네

8쪽


그런 사람한테 이용당할까 봐

→ 그런 사람한테 휘둘릴까 봐

19쪽


누군가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시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 누구한테도, 누가 좋아할 적에도, 얕보거나 그러진 않아요

→ 누구를 놓고도, 누가 좋아할 때도, 깔보거나 그러진 않아요

22쪽


눈이 반짝반짝거리네

→ 눈이 반짝거리네

→ 눈이 반짝반짝하네

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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