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첫머리에 날씨가 확 쌀쌀해지며 가을 없이 겨울로 접어드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나날이 날씨가 풀리며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되어 간다는 느낌입니다. 11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날이건만. 다가오는 11월 날씨는 어떻게 될까요. 12월에는 겨울이 될지 포근한 날이 이어지며 모기와 파리가 끊어지 않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뒤죽박죽 날씨로 변덕이 죽을 끓고 있잖습니까. 올봄과 올여름은 지난해와 견주어, 지지난해와 견주어, 지지지난해와 견주어 참 알쏭달쏭 오락가락이었습니다. 장대비가 여러 날 동안 쉬지 않고 퍼붓지 않나, 그러다가 확 맑아지지 않나, 태풍이 몰아닥치다가도 날이 짠 개지를 않나. 어쩌면 우리 나라에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뚜렷하게 나뉘어 네 철 네 옷을 갈아입는 산과 들과 내와 바다는 멀찌감치 사라져 버렸을까요. 이름만 남은 범과 곰과 이리와 늑대와 여우입니다. 오소리와 너구리와 족제비와 수달을 어디에서 얼마나 만날 수 있는가요. 참새조차 자취를 감추며 비둘기와 까치만 맴도는 도시에서, 개구리가 왁왁 우는지 개골개골 우는지 꾹꾹 우는지 두 귀로 살펴 들을 수 없는 이 땅에서, 뜸부기며 소쩍새며 헤아려 볼 길 없는 시골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요.
지금 우리한테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큰 목표가, 아니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큰 목표가, 아니 ‘남보다 내가 더 많은 돈을 가져야 한다’는 큰 목표가, 아니 ‘나 홀로 1등이 되어 떵떵거리며 지내다가 드문드문 가난뱅이들한테 돈 몇 푼 쥐어 주며 으시대자’는 큰 목표가 이 나라 모든 사람을 휘감고 있습니다. 어른들만 휘감지 않고 아이들도 휘감습니다. 아니, 어른들 스스로 자기를 다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들이 낳아 기르는 딸아들을 서너 살부터 영재와 천재로 만들어 ‘네 이웃과 동무를 밟고 올라서서 너 혼자 잘 먹고 잘 되는 길로 걸어가는’ 버릇을 익히게 하도록 채근하고 있습니다.
문득, 요즈음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어떤 줄거리가 담기나 궁금합니다. 집 앞에 있는 헌책방에 가서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를 펼쳐 봅니다.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과 ‘정보화 시대의 생활과 산업’과 ‘우리 겨레의 생활 문화’ 세 가지를 다룹니다. 첫 단원에서는 ‘자유와 경쟁-우리 경제의 발자취-세계 속의 우리 경제-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다루는데, 모두 기업에서 돈 많이 벌고 공장에서 물건 많이 팔고 자동차 대수가 늘어나는 일이 ‘발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6학년 〈생활의 길잡이〉 교과서를 펼칩니다. 7단원 ‘자연 사랑’을 보니, 우리 나라에 디젤 자동차가 많아 공기가 많이 더러워진다고, 이 문제를 풀려면 나무를 많이 심으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무가 하루아침에 자라지도 않지만, 자동차 줄일 생각은 아예 없고, 정작 공기가 더러워지는 큰 뿌리는 안 짚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도 꺼내어 펼치다가 제자리에 꽂아 놓습니다. 손이 덜덜 떨립니다. 아이를 낳으면 학교에 보내야 하나요? (4340.10.18.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