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11. 숲꽃



  큰아이하고 읍내 나래터로 나와서 책숲종이를 부친다. 읍내 어린놀이터에서 쉬려고 했으나, 고흥중 푸름이 예닐곱이 자전거를 곳곳에 널브러뜨리고서 시끄럽게 뛰논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리를 옮긴다. 오늘은 타이르고 싶지 않다.


  푸름이가 된 지 고작 몇 달이거나 한 해 남짓일 텐데, 이 철없는 녀석들은 어린이였을 적에 언니들이 놀이터에서 마구 굴던 모습을 흉내내는 셈 같다. 이 모습을 여러 어린이가 물끄러미 보다가 다른 데로 가는데, 부디 마구짓 되풀이는 더는 없기를 빈다.


  읍내 뒷숲으로 간다. 어치에 까치에 여러 새가 노래한다. 뒷숲에 자라는 벚나무는 내내 잎비를 뿌린다. 고즈넉한 숲빛을 누리고서 다시 등짐을 메고서 버스나루로 간다. 새치기를 하는 아지매 한 분이 있으나, 이분을 빼고는 모두 줄을 선다. 시골버스에 타는데 뒤에 앉은 아재가 손전화를 시끄럽게 켜서 유튜브를 본다. 고개를 돌려 “소리 좀 꺼주시지요?” 하고 한마디한다. 문득 보니 덩치 크고 우락부락 얼굴인 아재이다. 그러나 말없이 소리를 꺼준다.


  아무도 암말 안 했을 만하구나 싶더라. 그러나 집까지 돌아가는 긴긴 길에 귀아프고 싶지 않다. 버스에는 다른 푸름이 넷에 어린이 둘도 탔다.


  아재들이 책을 읽기를 빈다. 베스트셀러 말고, “살림짓기를 익힐 숲책”을 읽으시기를 빈다. 아지매들이 책을 읽기를 빈다. 시나 소설이 아닌 “귀촌인 삶글”을 일으시기를 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