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내가 좋아하는 것들 12
박지혜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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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4.7.

다듬읽기 17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박지혜

 스토리닷

 2023.12.31.



  손수 쓴 글을 받으면 즐겁습니다. 저도 누구한테나 손수 종이에 글을 적어서 띄웁니다. 손수 지은 밥을 누리면 따뜻합니다. 언제나 집에서 아이들하고 함께 밥살림을 짓는데 으레 혼자 도맡곤 하지만 신나게 밥하고 치우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전라도 시골살이를 하기 앞서는 잎물을 거의 안 마시다시피 했으나, 우리 보금자리와 뒤꼍을 누리면서 우리집 여러 나무가 베푸는 잎과 꽃과 열매로 잎물을 누리곤 합니다. 첫봄에는 바람에 떨어진 매꽃을 주워서 볕을 먹이고, 이윽고 피어나는 모과꽃을 훑어서 볕을 먹이고, 곧이어 돋는 뽕꽃을 훑어서 볕을 먹이고, 틈틈이 쑥을 훑어서 볕을 먹입니다. 어느 꽃이며 잎이든 모두 꽃물에 잎물을 낼 수 있습니다. 아주 쉬워요. 보름쯤 볕을 먹이고서 유리그릇에 꾹 재우면 한 해를 너끈히 누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를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잎물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지만, 어느새 잎물에 사로잡힌 삶길을 차곡차곡 들려주는 꾸러미입니다. 어느 잎물이건 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하늘로 가지를 뻗어서 내놓는 잎사귀로 스미는 해바람비와 이슬과 별빛을 머금습니다. 여기에 사람손을 탄 마음이 스며요. 뚝딱터(공장)에서 찍어내는 꽃물이나 잎물이라면 ‘고르게 똑같은’ 맛과 내음이라면, 사람이 손으로 돌보고 여민 꽃물이나 잎물이라면 ‘언제나 다르면서 새로운’ 맛과 내음입니다. 잎물을 누리려고 여러 그릇이나 살림을 챙기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손수 여러 잎과 꽃을 스스로 훑고 볕을 먹여 볼 만하지 싶어요. 불기운으로 덖으면 불맛이 깃들지만, 그저 햇볕을 먹이면서 바람을 쏘이면 해바람맛이 스밉니다. 시골에서만 해볼 만한 ‘잎물살림’이지 않아요. 서울 한복판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내어 손품을 들이면 될 뿐입니다.


ㅍㄹㄴ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박지혜, 스토리닷, 2023)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 여러 나이인 사람을 만나며

→ 다 다른 사람을 만나며

19쪽


치안도 좋지 않아 항상 퇴근 후 집에서 요리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 마을도 좋지 않아서 집에 돌아오면 오직 밥하기에 즐겼다

→ 나라도 좋지 않아서 집에 오면 그냥 밥짓기에 재미를 붙였다

25쪽


예쁜 틴케이스에 든

→ 예쁜 네모그릇에 든

→ 예쁜 집에 든

→ 예쁜 칸에 든

→ 예쁜 주머니에 든

26쪽


영국에 애프너눈 티타임이 있다면

→ 영국에 낮짬이 있다면

→ 영국에 샛짬이 있다면

26쪽


누군가는 차를 우리는 과정이 정신 수양이나 힐링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 누구는 잎물을 우릴 적에 마음을 벼리거나 쉬기 때문이라고 한다

→ 어느 분은 잎물을 우리며 마음을 닦거나 숨돌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31쪽


자연스레 차우(차 친구)들이 생긴다

→ 저절로 잎벗이 생긴다

→ 어느새 잎지기를 사귄다

32쪽


유독 혼자만의 시간이 붕 떠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단다

→ 혼자 있을 때 남달리 붕뜬다고 느꼈단다

→ 혼자 있으면 더욱 붕뜬다고 느꼈단다

34쪽


우주처럼 깊은 과거의 역사가 존재한다

→ 온누리처럼 깊고 오래되었다

→ 별누리처럼 깊으며 오래 흘렀다

37쪽


차나무에서 나는 찻잎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안 지

→ 잎물나무에서 나는 잎으로 우리는 줄 안 지

→ 잎꽃나무에서 나는 잎새로 내리는 줄 안 지

38쪽


어떻게 제다(가공)했는지에 따라

→ 어떻게 다스렸는지에 따라

→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따라

→ 어떻게 손질했는지에 따라

38쪽


내가 욕심을 내는 것이 바로 다구이다

→ 나는 잎살림을 차리고 싶다

→ 나는 잎물살림을 늘리고 싶다

→ 나는 잎꽃살림을 갖추고 싶다

44쪽


차 문화 르네상스의 시작처럼 보였다

→ 잎물살림 꽃바람이 부는 듯 보였다

→ 잎꽃살림 빛길을 여는 듯 보였다

83쪽


차가 맛있어지기 위해서는 일교차가 커야 한다

→ 잎맛이 깊으려면 밤낮이 크게 달라야 한다

→ 잎물맛이 나려면 하루날씨가 확 달라야 한다

86쪽


습기가 없는 바람이 불어온다

→ 바람이 메마르다

→ 바람이 까슬하다

97쪽


어린 나이에 비해 꽤 이직이 잦았다

→ 어린 나이에 꽤 자주 옮겼다

→ 나이가 어려도 꽤 자주 바꿨다

114쪽


야외 찻자리 청춘다회(靑春茶會)를 열다

→ 들에서 푸른잎뜰을 열다

→ 마당에서 풀빛잎꽃을 열다

→ 뜰에서 푸릇잎길을 열다

132쪽


촉촉한 엽저를 만지는 느낌도 좋거니와

→ 촉촉한 잎자루를 만져도 즐겁거니와

→ 촉촉한 잎꼭지를 만지면 싱그럽거니와

145쪽


그녀만을 위한 일일 찻집을 열었다

→ 혼자 누리는 하루 잎물집을 연다

→ 호젓이 즐기는 오늘 쉼터를 연다

16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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