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7.
숨은책 1035
《피사의 전망대》
정운영 글
한겨레신문사
1995.9.15.
첫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는 열네 살에 했되, 밥벌이를 삼는 새뜸나름이는 스무 살부터 했습니다. 싸움터(군대)를 다녀오고도 이었습니다. 날마다 온갖 새뜸을 돌리고 읽노라면 어느새 글눈을 새롭게 틔웁니다. 새벽을 열며 새뜸에 땀방울에 안 젖도록 용쓰는데, 이따금 땀방울 몇이 톡 떨어져서 묻습니다. 비도 안 오는데 왜 새뜸에 물자국이 있는지 아리송한 분이 있을 텐데, 새벽일꾼 땀방울이 그만 떨어진 탓입니다. 정운영이라는 분이 〈한겨레신문〉에 글을 여러 해 실었는데, 이분은 〈중앙일보〉에도 오래 글을 실었습니다. 이른바 ‘경제학자’라는 이름이 붙습니다만, 우리(새뜸나름이)는 새벽밥을 먹는 자리에서 “이 사람은 밑바닥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나? 말만 번지르르해?” 하면서 핀잔을 했습니다. 《피사의 전망대》가 나왔기에 일삯을 아껴서 사읽는데, 지국장님이 “야, 좀 줘 봐. 나도 좀 읽어 보자.” 하시더니 “됐다, 읽을 것도 없더라.” 하며 곧 돌려주었습니다. ‘학자’로 섰더라도 다시 땀흘려 일한다면, 또는 시골에서 호미를 쥐고서 손에 흙을 묻혀 본다면, ‘경제학자’가 아닌 ‘살림꾼’이라는 눈을 새로 열 테지요. 어느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글빗이 다를 텐데, 어느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글빗은 글빛으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