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지나가고 보면 (2023.11.10.)
― 부산 〈청산서점〉
‘우리쪽(아군)’을 늘려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있기에 “우리쪽을 늘리지 말고, 숲을 늘릴 노릇입니다. 싸워서 이길 우리쪽이 아닌, 누구나 누릴 들숲바다가 하늘빛을 품는 길을 살필 일입니다.” 하고 시큰둥히 대꾸했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어야 하지 않고, 놈을 꺾거나 물리칠 힘을 길러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를 바라볼 줄 알 노릇이면서, 저마다 스스로 ‘나’부터 한 발짝씩 나아가는 새길을 열 노릇입니다. 힘이 있거나 늘면 자꾸 싸우려 들지만, 철이 들고 슬기롭게 바라보면 언제나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를 짓습니다.
부산에 닿아 보수동으로 움직입니다. 시외버스란 글쓰고 쉬고 책읽는 쉼터입니다. 잘 쓰고 쉬고 읽었으니, 새로 쓰고 헤아릴 밑동을 돌아보는 책숲마실을 합니다. 하루 이야기를 쓰기에, 하루 이야기가 흐르는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하루 이야기를 그리기에, 하루 이야기란 늘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짓는 줄 알아봅니다.
지나가고 보면 모든 일은 새롭게 돌아보며 배우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아직 덜 배웠으면 덜 삭은 채 말과 글이 나옵니다. 차분히 배우기에 찬찬히 삭은 말과 글이 흐릅니다. 서툴어도 주고받으면서 가꾸는 마음이 있고, 서툴기에 자꾸자꾸 드러내는 사이에 새록새록 자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책숲마실을 하는 길에는 새삼스레 만나는 책을 손에 쥡니다.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쥐면서 오늘은 어떻게 느끼는지 돌아봅니다. 아직 안 읽은 책을 처음 쥐면서 이제부터 어떻게 느낄는지 설렙니다.
작은책집으로 찾아가는 작은길입니다. 북적이는 곳이 나쁠 까닭은 없지만, 들이며 숲이며 바다는 북적이지 않아요. 모든 들숲바다는 뭇숨결이 어울리면서 아름답습니다. 작은책집은 작은집하고 사근사근 어깨를 겯으면서 마을을 이룹니다.
읽기에 잇고, 잇기에 있습니다. 나는 나를 읽으면서 너하고 서로 잇고, 어느덧 함께 이곳에 있으면서 삶을 짓고 살림을 빚고 사랑을 이룹니다. 책이라고 하는 꾸러미에는 다 다른 너와 내가 나란히 서서 바라보는 길을 담습니다. 네가 왼발을 디디면 나는 오른발을 내딛습니다. 네가 오른손을 뻗으면 나는 왼손을 대어 팔랑팔랑합니다.
먼저 갈 수 있고, 따라갈 수 있어요. 기다릴 수 있고, 앞장설 수 있어요. 무르익는 가을이란, 씨앗과 열매를 겨울한테 베풀면서 느긋이 쉬엄쉬엄 꿈자리에서 새해를 그리는 철이지 싶습니다. 여름빛이 듬뿍 스민 열매를 즐기고, 봄빛이 고이 깃든 씨앗을 손바닥에 얹듯, 책 몇 자락을 등짐에 담고서 이웃책집으로 건너갑니다.
ㅍㄹㄴ
《몽실 언니》(권정생, 창작과비평사, 1984.4.25.첫/1990.7.20.5벌)
《셜록 호움주의 冒險》(A.C.도일/이가형 옮김, 삼중당, 1978.12.25.첫/1980.3.15.중판)
《世界短篇文學傑作選》(영어연구회 엮음, 현대사, 1983.3.15.)
- 지하철새마을문고용도서.
이 책을 보신 후에는 반드시 하차역 문고에 두고 가십시오.
보고난 책을 지하철문고에 기증합시다.
《이야기로 익히는 논리 학습 1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글·김우선 그림, 사계절, 1992.12.15.)
《오늘 다 못다한 말은》(이외수, 동문선, 1986.12.20.첫/1988.5.30.19벌)
《반지전쟁 1》(J.R.R.톨킨/김번·김보원·이미애 옮김, 예문, 1990.1.첫/1998.10.19.재판 2벌)
《毛澤東》(S.슈람/김동식 옮김, 두레, 1979.6.20.)
《홀로 가는 맹인 악사》(최영철, 푸른숲, 1994.2.14.)
《자유인의 풍경》(김민웅, 한길사, 2007.6.15.)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남동윤, 사계절, 2014.12.15.첫/2019.2.15.10벌)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