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27.


《울어라 펜 1》

 시마모토 카즈히코 글·그림/이정운 옮김, 미우, 2024.5.31.



아침에 구름이 짙게 끼면서 빗방울이 가볍게 듣는다. 우리집 앵두꽃을 바라본다. 마당 너머로 하늘을 가르는 제비 세 마리를 본다. 읍내 나래터를 다녀오는 길에도 제비를 곳곳에서 스친다. 비가 온다. 첫봄비를 즐겁게 맞으면서 걷는다. 이 시골에서도 비가 온다며 걱정하는 분이 많다. 옷이나 몸이 좀 젖으면 어떤가. 비가 내려야 이웃고장 멧숲을 달랠 수 있고, 비가 오기에 흙을 더 풀고 녹여 줄 텐데. 《울어라 펜》을 넉걸음까지 읽었다. 어느새 열걸음까지 한글판이 나오는데, 더 읽어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 두걸음까지는 제법 재미나게 그리는구나 싶으나, 석걸음과 넉걸음은 아주 길을 잃었다. 어영부영 종이를 꾸역꾸역 채운다고 느꼈다. 재미를 좇는 붓이라면 언제나 흔들리고 기우뚱하다가 스스로 자빠진다.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는 붓이라면 제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스스럼없이 모두 받아들여서 사랑으로 녹인다. 비는 비대로 오기에 반갑고, 바람은 바람대로 불기에 기쁘다. 밤이 있으니 낮이 있고, 아침에 밝으니 저녁이 지면서 쉬어간다. 꼭 어찌저찌 해야 한다는 틀을 잡을 적에는 으레 비틀거리더라. 기틀을 세우기에 기둥이 서고 지붕을 올리되, 무엇보다 틈을 내고 싹을 틔우는 몸짓으로 나아가기에 붓끝이 빛난다.


#吼えろペン #島本和彦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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