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짬짜미 2025.2.23.해.



무슨 일을 하든 얼거리를 짤 노릇이야. 아무 얼거리가 없다면 네가 하려는 일은 아무렇게나 흐르겠지. 잎에 얼거리가 있어. 나무 한 그루에도, 나무뿌리와 나무줄기에도 다 얼거리가 다르게 있어. 구름에도 물방울에도 흙에도 땅에도 얼거리가 있어. 나비한테도 날개에도 손과 발에도 얼거리가 있어. 말에도 얼거리가 있지. 마음에도 생각에도 저마다 달리 얼거리가 있어. 숨을 쉬든 걸어다니든 무엇을 하든 얼거리를 가만히 읽고서 스스로 움직일 길을 짤 노릇이지. 그런데 “일할 얼거리”가 아닌 “끼리끼리 거머쥘 틀”을 몰래 짜는 사람들이 있어. ‘짬짜미’라고 하지. “몰래 짜서 몰래 거머쥐고 몰래 다스리는 틀”일 텐데, 이런 뒷짓·몰래짓인 짬짜미는 그들 스스로 갉고 할퀴에서 죽어가는 굴레야. 돈·길미·힘·이름을 그들끼리 거머쥐려는 짬짜미는 “그들끼리 뭉치는 틀”이기에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는 높은 담벼락이게 마련이야. 닫아건 안쪽에서 보자면 넉넉하거나 서로 좋은 듯싶지만, ‘흐르’지 않는 굴레이고, ‘막힌’ 수렁이기에, 곧 고여서 고린내가 나며 썩어. 썩으니 죽어가지. 썩으며 죽어가는데 ‘짬짜미 담벼락’은 이 담을 더 단단히 틀어쥐는구나. 그래서 ‘담벼락 안쪽’은 더 고이고 썩어문드러지니 그들끼리도 이 고약한 냄새 탓에 죽을맛인데, 쪽창문 하나 못 내는구나. 냄새가 새어나가면 밖에서 다들 눈치를 챌 테니 더 가두고 더 숨기고 더 짬짜미를 해. 썩은잔치를 늘 벌이면서도 죽어가는 줄 모르고, 썩은내를 감추려고 화학약품을 내내 뿌리지. 너는 이런 ‘담안(담 안쪽 : in Seoul)’에 끼고 싶니? 너는 ‘담안’도 ‘담밖’도 아닌 들숲바다를 품어야 하지 않겠니?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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