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6.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오경철 글, 교유서가, 2024.11.26.
아침에 서울 숭실대 곁에 있는 〈라이브러리 두란노〉로 찾아간다. 절집(교회)에서 마을 한복판에 이토록 알뜰하고 아름답게 책터를 꾸리고 나눌 수 있는 대목이 반가우면서 놀랍다. 뜻이 있으니 길을 내고, 마음이 있으니 손을 펴고, 사랑이 있으니 일을 짓는다. 《말꽃 꾸러미》를 내주시는 펴냄터에 찾아간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서 22시 언저리에 노고산동 〈숨어있는 책〉에 닿는다. “야, 이제 닫을 때인데 오네?” 하는 말소리에 빙그레 웃는다. 1999년부터 드나든 이곳도 곧 서른 해 책손으로 지내겠구나. 밭은 틈이니 바지런히 골마루를 누비면서 읽을거리를 챙긴다. 묵직한 등짐에 책짐을 새로 얹지만, 오늘밤 서울에서 읽다가 잠들 책을 기쁘게 건사한다.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를 곰곰이 읽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웠지만, 갈수록 이 비슷한 얼거리인 책만 태어난다. “우리말 기본”을 다지는 길잡이라는 책이름이지만, 맞춤길과 띄어쓰기에 얽매일 적에는 ‘밑’이나 ‘바탕’이 아닌 ‘틀’에 갇힌다. 우리나라는 너무 틀에 매인다. 틀을 아예 몰라도 되지 않지만, ‘말’이 무엇인지 안 살피면서 ‘글’에 가두려 하면, 오히려 글쓰기를 가로막는다. 삶이 있어야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어야 말이 있고, 말이 있기에 비로소 글을 조금 쓴다. 그렇지만 숱한 “글쓰기 길잡이”는 ‘삶·마음·말’은 아예 젖히고서 그냥 ‘글’만 짚거나 다루려 한다. 이래도 되는가? 이렇게 굴레를 씌우면 이웃과 동무가 글을 어찌 쓰는가? 아이들은 글을 쓰지 말아야 하는가? 삶길을 틔우고, 꿈씨앗을 심고, 마음밭을 일구고, 말길을 열어야, 비로소 글자락을 여밀 텐데, 온통 ‘글! 글! 글!’이라고 외쳐댄다. 제발, 글은 좀 접자. 말을 하면서 맞춤길이나 띄어쓰기를 누가 챙기나? 말을 하듯 글을 쓰면 되고, 말을 말답게 하는 길을 가다듬으면서, 마음을 마음으로 돌보는 살림을 꾸리면서, 삶에 꿈씨를 생각으로 심는 빛나는 하루를 가꾸는 숨결을 담을 노릇이다. 무늬와 껍데기만 남는 글은 빈수레이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