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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6일
바로 오늘 곧 펼 이야기꽃이 있다.
밑글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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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읽기 모임 (11걸음)
― 바보눈 + 나살림 : 바라보고 보살피는 눈 + 나를 살리는 씨앗
곳 : 부산 거제동 〈책과 아이들〉과 함께
때 : 2025년 3월 16일 (일요일) 10∼12시
님 : 숲노래 × 곳간출판사
곁 : 《아나스타시아 1∼10》
얼개
ㄱ. 이오덕을 바라보면서 나를 보살피는 눈을 틔운다.
ㄴ. 드높은 봉우리가 아닌,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을, 아이한테 쉬운말로, 상냥하게 이야기 들려주며,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우리 눈으로 바라보고서, 우리 손으로 적으면서, ‘나살림’으로 나아간다.
ㄷ. 이오덕을 읽어가면서 ‘나’라는 마음과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생각한다.
ㄹ. 여태 이오덕 책은 두루 읽었으니, “‘이오덕’이라면 어떻게 읽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나를 사랑으로 읽을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
줄거리 : 어린이가 푸름이를 지나고 젊은이에서 어른으로 (+ 2002 붉은물결)
지난 2004년에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라는 책이 나온 적 있습니다. 2002년에 네덜란드사람 히딩크 님이 우리나라 축구선수를 가르치고 이끌어서 ‘축구잔치’에서 선보인 놀라운 일을 풀어낸 꾸러미입니다. 이오덕 님은 ‘스포츠’를 아예 안 쳐다보는 분인데, 2002년 그해에는 온나라 젊은이가 한물결을 이루어 새롭게 목소리를 내어 모이는데,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도 나라를 바꿀 수 있는 커다란 밑힘을 느꼈다고 합니다. 한겨레 밑넋이 이렇게 춤노래와 어울림과 어깨동무로 사랑을 그려서 심는 아름다운 몸짓인 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지요.
히딩크 님이 쓴 《마이 웨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뜻밖이라면 뜻밖으로 ‘조선일보사’에서 펴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조선일보사에서 나온 《마이 웨이》라서 2002년부터 2024년에 이르도록 거들떠보기 싫어서 고개를 돌리다가, 2025년에 이르러 헌책집에서 300원을 치르고 사읽었습니다. 스물 몇 해가 지났으니 300원쯤으로 파는 곳이 있으면 사읽을 만하겠거니 여겼습니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이오덕, 길, 2004)를 읽으면서 삶·마음·물결·어깨동무가 우리 살림길하고 얽힌 대목을 엿보았습니다. 《마이 웨이》(거스 히딩크, 조선일보사, 2002)를 읽으면서 사람·마을·눈빛·생각을 우리 스스로 어떻게 맺고 푸는가 하는 실타래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두 가지 책을 나란히 읽어 본다면, 우리가 어떤 틀을 단단하게 세우면서 스스로 갇히는지 느낄 만합니다. 우리가 어떤 틈을 살그머니 내어 새롭게 싹틀 수 있는지 배울 만하고요.
모든 사람은 몸에 씨앗을 품습니다. 사람이 몸으로 품은 씨앗은 혼자 싹틔우지 못 합니다. 나무도 사람과 같고, 헤엄이와 짐승도 나란합니다. 이따금 홑몸으로 암수씨를 함께 건사해서 아기를 낳을 수 있기도 하지만, 굳이 이 별에서 살아가는 뭇숨결은 암몸과 수몸으로 갈라서 암씨와 수씨를 따로 건사합니다. 팔을 하나 잃으면 외팔을 다루어 빚거나 짓는 매무새를 익힐 수 있되, 사람몸은 처음부터 왼오른손에 왼오른팔에 왼오른발에 왼오른다리를 나란히 쓰는 결로 나옵니다. 나무로서는 뿌리와 가지가 땅밑과 땅바닥에서 나란하지요. 헤엄이와 짐승과 벌나비와 풀벌레 모두 왼오른을 나란히 다루어야 합니다.
둘을 하나로 마주할 적에 비로소 ‘온’이요, ‘함께(하나)’라고 합니다. 따로 있는 둘을 하나로 맞이하기에 ‘알(알다)’이면서, ‘하늘(바람)’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2년 한물결은 2025년 외침길하고 다릅니다. 2002년 한물결에는 왼오른이 없이 한빛이었습니다. 한물결을 이룬 한빛을 북돋운 네덜란드 아저씨는 ‘졸업장·학맥·인기’를 따지지 않으면서 사람을 뽑았습니다. 네덜란드 아저씨는 ‘감독과 선수 모두 알맞게 쉬어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대학교에서 도서관학과를 마쳐야 ‘도서관을 열어서 돌보’거나 ‘책집을 차려서 꾸릴’ 수 있지 않습니다. 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를 마쳐야 ‘글을 쓰’거나 ‘책이야기를 쓰’지 않습니다. 책을 사랑하며 마음으로 품기에 책숲(도서관)을 열거나 책집을 차립니다. 글을 사랑으로 헤아리기에 손수 쓰거나 읽으면서 마음을 나눕니다. 똑같이 달리거나 빨리 달려야 하지 않고, 첫째로 들어오거나 둘째나 셋째쯤 차지해야 하지 않습니다. 몇 째로 달리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달리는 마음을 누리면서 스스로 기뻐할 노릇입니다. 어느 책을 읽건 스스로 보금자리를 일구는 살림빛을 익힐 노릇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을 다진 뒤에는 ‘어느 길’과 ‘어느 일’과 ‘어느 말’을 다독이려는지 돌아보아야지요. 뜻이 훌륭하기에 아무 길이나 가도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착하기에 무슨 일이나 해도 되지 않습니다. 생각을 밝히기에 아무 낱말에나 얹어도 되지 않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살림말을 늘 되새길 줄 알아야 “어느 말을 혀와 손에 얹듯 스스로 사랑”입니다. ‘말씨’에 깃드는 마음이 아닌, ‘말씨’에 ‘뜻(주의·주장)’만 담으려고 하면, 그만 자그마한 말씨는 펑 터집니다.
어린이는 많이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그저 신나게 뛰놀며 조잘조잘 수다꽃을 피울 노릇입니다. 푸름이는 어린이보다 더 배워야 하거나 대학교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푸름이는 차츰 철드는 빛을 몸마음으로 함께 느끼고 누리면서 새빛을 바라보고 심는 길을 익힐 노릇입니다. 젊은이는 아무 데나 부딪혀 봐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몸마음에 심은 꿈씨를 늘 바라보면서 어느 곳에서든 꿈빛을 그리는 매무새를 돌볼 노릇입니다. 어른은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라는 길을 지나온 슬기를 차근차근 풀어서 둘레에 나눌 노릇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