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3.14. 알라딘서재 스무돌



  ‘알라딘서재’가 생기고서 ‘예스24 블로그’하고 ‘교보 북로그’도 생기고, ‘반디 블로그’도 생겼지만, 교보와 반디는 사라졌다. 예스24는 아주 보기 나쁘게 바뀌었다. 여러모로 보면 ‘알라딘서재’는 ‘네이버블로그’하고 나란하다고 할 만큼 오랜 글틀을 그대로 두는 곳이다.


  나는 1993년에 ‘하이텔’과 ‘천리안’부터 드나들었다. 1994년에 ‘인디텔(인천 피시통신)’과 ‘나우누리’에 들어가면서 글판을 두루 보았다. 그동안 거친 ‘프리챌’이나 ‘다음카페’나 ‘싸이월드’나 여러 곳을 보면 껍데기를 ‘바람(유행)’에 맞추어 자꾸자꾸 바꾸면서 스스로 무너졌다고 느낀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도 껍데기(옷·디자인)를 아예 안 쳐다보지는 않으나, 글을 쓰는 틀을 함부로 섣불리 바꾸면 대단히 거북하게 여기면서 아예 끊기도 하는 줄, 그들 ‘플랫폼 관리자’는 조금도 살피지 못 하더라.


  여러모로 보면, ‘알라딘서재’는 처음 서재를 열던 해부터 2025년에 이르도록 바탕을 그대로 지킨다. 네이버블로그하고 비금비금할 만큼 ‘오랜 틀’인데, 네이버블로그는 그동안 이래저래 자질구레하게 함부로 바꾼 대목이 있다. 이와 달리, 알라딘서재는 ‘예스럽다’고까지 할 만큼 껍데기(옷·디자인)를 그대로 잇는다. 그리고 이 껍데기야말로 “글을 쓰고 읽는 가장 즐겁고 나은 틀”인 줄 알아본다고 느낀다.


  요사이는 누리책(전자책)도 있지만, 모름지기 모든 책과 글은, 손으로 쓰고서 손으로 건네고, 손으로 받아서, 한손으로 받치고 다른손으로 넘기면서 읽게 마련이다. 바탕은 늘 고스란하다. 이러한 바탕을 읽고 아는 눈이라면, 책을 다루는 판(인터넷 플랫폼)을 어떻게 다루어야 어울리고 알맞을는지 느낄 테지.


  나는 마을책집이 없다고 할 시골(전남 고흥)에서 살기에 누리책집을 안 쓸 수 없는 터이기도 하고, 알라딘서재에 첫 글을 쓰던 2005년에도 멧골(충북 충주)에서 살았기는 한데, 여러모로 보면 ‘시골에서 지내는 나날 그대로 알라딘서재하고 함께 지냈구나’ 하고도 느낀다. 이제는 무척 ‘시골스러운 옷(디자인)’이라고 여길 만한 알라딘서재가 앞으로도 시골스러운 빛으로 이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알고 보면, 서울은 시골에서 거두는 밥옷집 살림을 바탕으로 굴러간다. 시골이 바탕이자 뼈대이기에 서울이 반짝반짝 빛난다. 마을책집이 곳곳에서 북적북적 사랑스레 살아나는 둘레에, 누리책집도 좀 조그마한 몸집으로 어깨동무하는 길로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도 생각한다.


  시골스럽기에 오래오래 흐르면서 푸르고 파랗다. 서울스럽기에 자꾸 옷을 갈아입으려 하면서, 헌옷이 끝없이 쌓인다. 시골내기는 옷 한 벌로 열 해나 서른 해나 쉰 해가 넉넉하다. 옷 한 벌로 넉넉한 시골살림이니, 옷값을 안 쓰면서 책값을 신나게 쓸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서른 해 넘게 입은 옷이 수두룩하다. 서른 해 넘게 입느라 해지고 닳아 걸레로 바뀌는 옷이 차츰차츰 나오지만, 어느 옷은 머잖아 마흔 해째 입는다.


  옷 한 벌을 마흔 해를 입는 사람이기에, 책 한 자락을 사들일 적에도 “적어도 두온해(200년)는 곁에 둘 만한가” 하고 헤아린다. 어딘가 구리거나 짓궂거나 사납게 목소리를 내는 책이라 하더라도, 두온해 뒤에 태어나서 살아갈 사람들이 “아하, 그때에는 이런 거짓꾼이 있었군요!” 하고 배울 수 있는 거울로 삼으려고 곁에 둔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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