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13.
《천천히 스미는》
G.K.체스터튼 외 글/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16.9.20.
아침에 빨래를 하려고 했더니 곁님이 먼저 해놓는다. 곧 밥을 지으려 했더니 어느새 곁님이 먼저 도마를 편다. 옆에서 거든다. ‘거의 끝손질’을 펴냄터로 넘겼되 “거의 끝손질을 담은 꾸러미를 마지막으로 다시 짚는 그야말로 끝손질”이 남았다. 아마 이틀 뒤면 받을 테니, 천천히 기운을 차려서 매조지를 할 노릇이다. 낮에는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간다. 볕이 따뜻하지만 바람은 찬 늦겨울이다. 겨울이 저무는 이즈음에는 여름냄새가 살풋 난다. 여름이라면 너덧 달 뒤 아니냐고들 할 테지만, 여름이 저물 적에는 겨울냄새가 문득 난다. 겨울이 저물 적에도 여름냄새가 가볍게 돈다. 《천천히 스미는》을 되읽었다. 이미 널리 읽혔다고 할 여러 글바치 조각글을 주섬주섬 여민 꾸러미이다. 책 한 자락으로 여러 눈길과 삶길을 읽을 만하기에 이 책을 좋아하는 분이 많은 듯싶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여러 글바치 글조각을 모으는 꾸러미가 그리 반갑지 않다. 나도 두 판 글조각을 맡겨서 ‘여러 삶길을 들려주는 책’에 힘을 보탠 바 있지만, 이런 꾸러미는 “내 책도 누구 책도 아니”지 싶다. 어쩐지 ‘좋은말’만 뽑느라 ‘수수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오늘을 고즈넉이 바라보는 말’을 몽땅 도려낸 셈이랄까. 천천히 스미려면 “글님 낱책을 다 따로따로 천천히 읽고서 더 천천히 삭일 일”이라고 본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