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마음에 사랑이 (2022.8.23.)

― 인천 〈모갈1호〉



  우리 마음에 ‘사랑’이 있다면 “덮어놓고 믿지”는 않습니다. “덮어놓고 믿기 = 좋아함”입니다. “좋아함 = 마음에 들다 = 덮어준다 = 편들기”입니다. ‘사랑’은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에요. ‘사랑’은 어느 누구도 덮어주거나 기울지 않아요. 사랑은 늘 우리 마음에서 스스로 일으킨 해님이자 별이자 빗물이자 바람이자 바다 같은 숨빛이에요. ‘사랑’을 마음에 담을 적에는 어느 누구도 “덮어놓고 믿어 주지 않”지만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녹이고 달래어 스스로 빛나도록 깨울” 수 있어요.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은 ‘좋아하기(마음에 들기)·편들기·금긋기’를 모두 내려놓습니다. 나다운 나를 스스로 찾아나서면서 내가 나를 고스란히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뜨는 하루라고 여길 만하다고 느껴요.


  곳곳에서 ‘사랑’이라는 낱말을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씁니다. ‘좋아함’일 뿐인데 자꾸 ‘사랑’으로 뒤집어씌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매”라는 끔찍한 말까지 앞세우면서 아이들을 짓밟고 괴롭히기까지 했습니다. 사랑이라면, 매도 주먹도 회초리도 안 들어요. 사랑이라면 오직 보드라이 쓰다듬고 따사로이 품으면서 달래어 녹입니다.


  사랑이 아니면서 ‘사랑척·사랑시늉·사랑흉내’가 넘치듯, 책이 아니면서 ‘책인 척·책시늉·책흉내’도 나란히 넘칩니다. 글쓰기가 아니면서 ‘글인 척·글시늉·글흉내’가 넘칩니다. 둘레를 보면 ‘대통령시늉·도지사흉내’라든지 ‘장관시늉·국회의원흉내’가 넘실거리고, ‘교사시늉·학생흉내’까지 있어요.


  인천 〈모갈1호〉에 한여름 뙤약볕을 기쁘게 받으면서 마실합니다. 오늘은 〈모갈1호〉에서 말밑 이야기를 폅니다. 올해에 매듭지으려고 하면서도 아직 더 손대야겠다고 여기는 《말밑 꾸러미》가 있습니다. ‘우리말 어원사전’인데, 나중에 책으로 낼 적에 담을 이야기를 미리 들려줍니다.


  그동안 갈무리한 말씨를 새삼스레 짚는 사이에 여태 놓친 어느 대목을 새로 알아봅니다. 오늘 낮까지 일군 말밭을 차근차근 돌아보는 동안에 앞으로 가꿀 말살림을 문득 알아챕니다.


  “틈(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이웃님이 많은데, 우리한테 틈(시간)이 없을 까닭이 없습니다. “틈을 낼 마음이 없다”고 스스럼없이 밝혀야지 싶습니다. 하나도 안 부끄럽습니다. 틈을 낼 마음이 없던 ‘나’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적에 바로 이때부터 틈을 내는 ‘나’로 날갯짓을 합니다. 어느 나이를 넘기기에 못 하거나 안 되지 않아요. 나이 탓에 못 하는 일이 없어요. 핑계를 대기에 안 할 뿐입니다.


ㅍㄹㄴ


《고종의 독일인 의사 분쉬》(리하르트 분쉬/김종대 옮김, 학고재, 1999.3.31.)

《지구에서 달까지》(쥘 베른/김석희 옮김, 열림원,2006.10.10.첫/2013.9.7.4벌)

《아코디언 주자》(존 버거/설순봉 옮김, 민음사, 1991.6.5.)

《강경애 전집 1 인간문제》(강경애 글/임헌영·오현주 엮음, 열사람, 1988.10.20.)

《5·18 광주민중항쟁》(5·18사료편찬위원회, 광주광역시, 1999.5.1.)

《訂正增補 韓國經濟史》(최호진, 박영사, 1970.9.5.첫/1980.9.15.중판)

《그대,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오다까 요시야 엮음/정우인 옮김, 시어사, 1990.1.27.첫/1990.4.25.4벌)

《그대, 반짝이는 별을 보거든 2》(웬델 C.스티븐스/현선아 옮김, 시어사, 1991.1.26.)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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