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꾸러미
정의행 지음 / 일과놀이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6.

노래책시렁 412


《시 꾸러미》

 정의행 엮음

 일과놀이

 1992.10.20.



  “선생님이 권하는 민족시 감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 꾸러미》입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교과서에 실린 시”를 도무지 읽히기 어렵겠다고 여긴 마음으로 여민 꾸러미입니다. 지난 1992년을 돌아보면,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가르친다는 ‘시’는 하나같이 ‘노닥질’이었고, 우두머리한테 빌붙은 무리가 주워섬긴 글치레였습니다. 2025년은 어떨까요? 이제는 바뀌었을까요? 그런데 1992년이나 2025년이나 썩 안 다릅니다. 오히려 뒷걸음 같구나 싶습니다. 그나마 1992년이라든지 1972년 배움책(교과서)을 보면 글치레·입치레에 갇힌 따분한 노닥질이라면, 2025년 배움책에 담은 글은 꾸밈글·서울살이에 갇힌 끼리끼리 울타리라고 느껴요. 우리는 언제쯤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노래꾸러미를 베푸는 어진 어른으로 설 만할까요? 우리가 수수한 어버이와 어른으로 이 땅에 서서 스스로 노래를 지어서 들려주고 나눌 수 없는 노릇인가요? 노래(시)를 책으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노래란, 온몸으로 뛰어놀면서 온마음으로 저절로 샘솟는 사랑물결입니다. 노래란, 온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너랑 내가 하늘빛으로 만나면서 바다처럼 넉넉히 일으키는 춤사위입니다. 노래가 없는 나라는 메마릅니다. 노래를 잊다가 잃는 나라는 앞길이 깜깜합니다.


ㅍㄹㄴ


우리 집에는 / 닭도 없단다. / 다만 / 애기가 젖 달라 울어서 / 새벽이 된다. // 우리 집에는 / 시계도 없단다. / 다만 / 애기가 젖 달라 보채어 / 새벽이 된다. (애기의 새벽/윤동주 49쪽)


나는 네 사랑 / 너는 내 사랑 / 두 사랑 사이 칼로써 베면 / 고우나 고운 핏덩이가 / 줄줄줄 흘러 내려오리니 / 한 주먹 덥석 그 피를 쥐어 / 한 나라 땅에 / 고루 뿌리리 / 떨어지는 곳마다 꽃이 피어서 / 봄맞이 하리 (한 나라 생각/신채호 121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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