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녀들 ㅣ 문학동네 시인선 95
허영선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6.
노래책시렁 483
《해녀들》
허영선
문학동네
2017.7.5.
빛나는 봄을 여는 첫자락을 안개비로 보내다가 이제 구름이 걷히면서 햇살이 퍼지는 파란하늘을 맞이합니다. 비날을 이을 적에는 늘 ‘비 걷힌 하늘’을 설레며 기다립니다. 비로 씻고 바람으로 털어낸 하늘을 가없이 새파랗거든요. 파란하늘을 그리기에 보금자리를 풀꽃나무로 덮으려고 합니다. 푸릇푸릇 넘실거리는 땅과 파랑파랑 물결치는 하늘이 만나면 언제나 반짝반짝 아름답습니다. 《해녀들》을 자리맡에 여러 해 두고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해녀(海女)’란 ‘바다순이·바다계집’을 가리킬 텐데, 바닷일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잠네’ 같은 이름을 지었습니다. “잠기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잠기다’는 ‘잠·자다’와 ‘자맥’하고 나란히 흐르는 낱말입니다. ‘잠네(잠녜)’ 이야기를 글로 옮기려면, 잠네를 구경만 해서는 못 써요. 함께 바다에 잠겨서 바다빛을 보고 바다밑을 가르고 바다살림을 지을 노릇입니다. 글쓴이는 여러 잠네를 만나서 들은 말을 고스란히 옮겨적습니다. 말을 옮겨적기만 해도 노래가 될 수 있습니다만, 알맹이가 빠지지 않았을까요. 바다와 뭍과 섬은 어떤 터전일는지 차분하면서 참하게 먼저 오래오래 품어 보기를 바랍니다. 바다빛이 없는 바다잠네 글자락에는 “하늘빛을 담은 바다”하고 멀어요.
ㅍㄹㄴ
열여덟 새색시 / 사상으로 죽은 남편 / 물질로 일본 학비 조달 톡톡히 했지 (해녀 고차동/16쪽)
빈집 / 오사카 이쿠노쿠 조선 시장 올레길 호린 눈 / 자꾸 희미해간다 / 아야, 어디 가니 (해녀 양의헌 1/26쪽)
그 여자 막숨 하나 부여잡고 소리쳤다지 / “우리 애기 젖 멕여줍서” / “우리 애기 울면 젖 호끔 멕여줍서” // 그렇게 죽었다지 / 그 여자 김녕 해녀 (우리 애기 울면 젖 호끔 멕여줍서/64쪽)
+
《해녀들》(허영선, 문학동네, 2017)
물길을 가는 그녀들
→ 물길을 가는 그분들
→ 물길을 가는 사람들
5쪽
몸의 시를 쓰는 모든 물 밖의 생을
→ 몸노래를 쓰는 모든 물밖살림을
→ 몸으로 노래하는 모든 물밖삶을
5쪽
땡볕 속에 만난
→ 땡볕에 만난
18쪽
바다로 몸을 투척하던 어머니들
→ 바다로 몸을 던진 어머니
→ 바다로 몸을 떨군 어머니
21쪽
내 몸엔 물의 비늘이 달려 있어
→ 내 몸엔 물비늘이 달렸어
32쪽
야성의 가슴 위로
→ 들빛 가슴으로
→ 바람같은 가슴에
35쪽
나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
→ 나를 노래하고 싶다
3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