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프라고 때린다 2025.2.4.물.



때리거나 할퀴려고 달려드는 놈이 있어. 저한테 힘이 있다고 여기기에 때리거나 할퀴려고 달려들지. 저한테 힘이 없다고 여기면 때린다거나 할퀸다는 마음이란 없고, 아무렇게나 달려들지 않아. 때리려고 달려드는 놈은 “맞는 쪽”이 아프기를 바라지. 안 아프라고 때리지 않아. 안 아프게 때리지도 않고. 아프게 때려서 제 힘을 뽐내고 올라서려는 마음이야. 사람들이 아파서 울고 쓰러지기를 바라기에 때리거나 할퀴지. 이웃이나 동무를 안 살피는 미움으로 가득한 죽음늪인 하루이기에 남을 때리고 할퀴는데, 이런 주먹잡이는 늘 스스로 ‘제 사랑’을 때리고 할퀴어서 무너뜨리려고 하지. 저한테 있는 사랑이 퍼지고 돋고 자라고 깨어나면, 그만 남들보다 뒤지거나 못하거나 떨어진다고 여기는 죽음늪에 사로잡힌 마음이야. 사랑을 스스로 때려눕히며 우쭐거리는 ‘피끓는 젊은몸’인 주먹잡이란다. 주먹잡이는 주먹힘이 더는 남을 못 건드리고 못 쓰러뜨리는 ‘삭고 늙은 몸‘이 될 때까지 못 깨달아. 마침내 주먹은커녕 손가락을 까딱거릴 힘조차 없을 즈음에는 ‘지난날 주먹잡이’ 모습을 곱씹으면서 새삼스레 미움불씨를 당기더구나. 이러면서 몸과 마음이 마침내 잿더미로 부서져. 누가 너를 때리거나 할퀴려고 달려들기에 너도 나란히 서서 때리거나 할퀴려고 맞서면 될까? 서로 다치고 깨지고 멍들고 부러지다가 어느 쪽이 무릎을 꿇어야 주먹다짐을 멈출까? 그러나 주먹잡이뿐 아니라, ‘맞서서 싸우는 주먹’도 주먹다짐을 일으킨 뒤에 도무지 안 멈추더구나. 다른 주먹잡이를 찾아나서더라. 사랑을 마구 때리고 할퀴던 마음이기에, 늘 미움씨앗을 키우거든. 사랑은 주먹을 쥐지 않아. 사랑은 풀씨와 나무씨를 포근히 쥐는 마음씨란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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