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뱃속 2025.2.18.불.



네가 뱃속에 무엇을 넣든 네 몸은 다 내보내. 네 뱃속은 담는 곳이 아니라, 거치는 곳이야. 네가 무엇이든 넣을 수 있을 텐데, 밥이든 물이든 잎이든 풀이든 열매이든 네 뱃속은 하나하나 느끼고 배워. 그런데 ‘배운다’고 하더라도 네 ‘삶’이나 ‘앎’은 아니란다. 누구나 늘 배우거든.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사람은 “사는 동안 늘 배우는 길”이야. 숨만 쉬더라도 숨결을 배워. 숨조차 쉬기 어렵도록 아픈 몸이면, “숨조차 쉬기 어렵도록 아픈” 결을 배우지. 돈이 넉넉하니 ‘돈넉넉’을 배우고, 돈이 적으니 ‘돈적음’을 배워. 다들 배워. 그런데 배우기만 할 적에는 몸집이 늘어날 뿐이야. 넌 ‘먹기’만 하면서 살 수 있겠어? 먹기를 했으면 ‘누기’를 할 노릇이야. 밥은 먹는데 똥은 안 누려고 들면, 네 뱃속은 어찌 될까? 물은 마시는데 오줌은 안 누려고 들면, 네 뱃속은 어찌하지? 똥오줌이 두렵거나 싫거나 성가셔서 밥과 물을 멀리하니? 밥과 물을 멀리한다면, 안 배운다는 뜻이야. 많이 먹거나 적게 먹거나 대수롭지 않아. 이미 너는 살갗으로도 숨쉬고 먹거든. 이미 너는 자면서도 숨을 쉬고 몸을 고르게 가눠. ‘배’는 ‘받아들여’서 하나하나 뜯고 풀며 ‘배우’는 몸이야. 배운 만큼 내놓기에, 이때에 비로소 ‘익히’지. 배운 다음에는 뱃속에서 삭이고서 내놓을 틈을 둘 노릇이야. 숨을 쉴 적에는 숨을 내쉬기까지, 숨 한 줄기가 몸 구석구석을 어떻게 감도는지 읽고 새길 노릇이야. “익힐 틈”을 안 둔다든지, “기꺼이 내놓기”를 꺼리는 이들은 “배우더라도 배터지는 죽음늪”으로 달려가는 몸짓이란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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