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2.15. 본다면



 보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알아보기도 하고, 천천히 알아차리기도 하고, 어느덧 알아내기도 하고, 느긋이 알아듣기도 한다. 보려고 안 한다면 코앞에 있어도 딴청이고, 자꾸 보여도 등돌리고, 이윽고 귀막고 눈감고 마음갇혀서 죽음늪에서 헤맨다.


  읽으려고 한다면 바람과 해가 흐르는 길을 읽고, 바다와 별이 만나는 길을 읽고, 사람과 새가 어울리는 삶을 읽는다. 읽으려고 안 한다면 책집에 가도 안 읽고, 책숲을 베풀어도 눈돌리고, 사랑을 속삭여도 도리도리한다.


  보려고 한다면, 남들이 보려고 하든 말든 나부터 스스럼없이 사랑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보려고 하기에, 먼저 눈여겨보고서 이웃과 동무한테 사근사근 속삭이면서 함께 배우는 길을 그린다. 보려고 안 한다면, 둘레에서 알아보려는 사람을 막더니 이내 괴롭히고 싸움을 건다. 보려고 안 하는 사람은, 사랑을 알아보는 사람을 미워할 뿐 아니라 죽이려고 한다.


  타고나야 잘 알아보지 않는다. 마음을 사랑으로 기울이는 누구나 찬찬히 알아본다. 솜씨나 재주로는 못 본다. 살림하는 손길과 눈길이 만날 적에 마음에 샘솟는 별빛이다.


  나는 보러 간다. 우리 집으로. 이 숲으로. 저 별밭으로. 그 꿈으로. 손수 짓는 사랑으로.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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