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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두고 온 뉴욕치즈케이크 ㅣ 독립서점시인선 1
정덕재 지음, 권현칠 그림 / 월간토마토 / 2024년 8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2.13.
노래책시렁 478
《정류장에 두고 온 뉴욕치즈케이크》
정덕제 글
권현철 그림
월간토마토
2024.8.26.
다른 분이 쓴 노래(시)를 베껴쓰거나 옮겨써도 우리 나름대로 말맛을 느끼고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수하거나 늘 비슷해 보이는 우리 삶을 그저 투박하다 싶은 우리 손길로 가만히 적어 본다면, ‘우리 삶’을 ‘우리 손’으로 적은 ‘수수하 글’ 몇 줄이 오히려 빛나는 노래씨앗으로 번진다고 느낍니다. 이제 다들 잊어버리고 말지만, ‘번지’라는 흙살림이 있습니다. 논삶이를 하면서 흙을 고를 적에 쓰는 ‘번지’인데, ‘번지다’란 낱말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엿볼 만합니다. 반반하게 다루는 길인 ‘번지(번디)·번지다’이듯, 판판하게 펴는 길은 ‘퍼지다(퍼디다)’예요. 노래지기가 쓴 글을 한 자락 옮겨 본다면, 살림지기인 우리가 스스로 노래 한 자락을 새롭게 써 볼 만하지 싶습니다. 《정류장에 두고 온 뉴욕치즈케이크》를 읽고서 덮습니다. 노래라기보다는 타령 같은, 아니 타령이라기보다는 구시렁 같은 줄거리를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사랑이 아닌 채 다가서기에 자꾸 손을 잡거나 만지거나 몸이 달아오릅니다. 사랑으로 마주하면 눈을 감으면서도 밝게 빛나는 마음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어느새 사랑노래를 까맣게 잊어버렸나요?
ㅍㄹㄴ
언제 L의 손을 잡을까 망설였다. 술집을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대략 5분 남짓, 편의점 환한 불빛이 흐려지는 복권가게 앞을 지날 때가 적당하다. (연애의 진보를 이끄는 손 2/51쪽)
횡단보도 앞에서 / 젊은 남녀의 실용적 포옹을 보는데 / 여자의 손이 / 남자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있는데 / 왜 / 내가 두근거리지 (실용적인 포옹/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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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두고 온 뉴욕치즈케이크》(정덕제, 월간토마토, 2024)
L과 K가 만나고 C와 S가 헤어진다
→ ㅇ과 ㄱ이 만나고 ㅊ과 ㅅ이 헤어진다
5쪽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네요
15
세상의 무늬들은 꼼꼼히 보면 무늬를 가장한 오염이 많아요
→ 온누리 무늬는 꼼꼼히 보면 무늬로 꾸미며 지저분해요
→ 온나라 무늬는 꼼꼼히 보면 무늬 시늉일 뿐 더러워요
20
네 번의 문자에 대한 답장이었다
→ 넷째 쪽글에 맞글이었다
37
젊은 남녀의 실용적 포옹을 보는데 여자의 손이 남자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있는데
→ 단출히 보듬는는 젊은이를 보는데 순이 손이 돌이 엉덩이를 두드리는데
→ 멋스러이 안는 젊은이를 보는데 가시내 손이 머스마 엉덩이를 두드리는데
61
얼굴이 잡히지 않는 CCTV가 없는 숲속도 좋아
→ 얼굴이 잡히지 않고 살핌눈 없는 숲도 돼
→ 얼굴이 안 잡히고 지킴눈 없는 숲도 즐거워
121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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