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2.10.

오늘말. 쐐기


다 쓴 그릇은 정갈하게 설거지를 해서 그릇시렁에 놓습니다. 다 읽은 책은 말끔하게 다독여서 꽂습니다. 살림을 한 가지 들일 적에는 두고두고 곁에 놓으면서 아끼려는 마음입니다. 귀퉁이에 박는다면 살림살이가 아닙니다. 기스락이나 끝에 둘 적에도 살림길하고 멀어요. 자주 쓰기에 손에 잘 닿는 데에 놓을 텐데, 이따금 쓰더라도 알맞게 자리를 잡습니다. 새벽이 오고 아침이 밝고 낮을 누리면 어느새 저녁입니다. 마무리를 할 때에 이르면 오늘 어떤 삶을 지었는지 돌아봅니다. 일머리는 가닥을 차분히 잡았는지 되새기고, 일살림을 마치고서 포근히 드러눕자고 여깁니다. 나날이 해가 높으니 곧 봄맞이를 하면서 추위는 끝을 보일 테지요. 밥을 짓고 남은 파뿌리는 손가락으로 땅을 호벼서 가볍게 묻습니다. 언제 마감할는 지 까마득하던 일거리도 드디어 쐐기를 박고서 넘길 수 있을 듯합니다. 한주먹감이 안 될 만하더라도 온마음을 기울입니다. 동무한테 띄울 글월에 마침말 한 줄을 적고서 글자루를 붙입니다. 눈보라가 지나간 밤하늘은 별이 가득하군요. 마당으로 깃드는 별빛을 헤아리다가 등허리를 토닥이고서 꿈길로 갑니다.


ㅍㄹㄴ


꽂다·책꽂기·넣다·집어넣다·놓다·늘어놓다·자리잡다·채우다·차지·잡다·터잡다·깃들다·두다·박다·들이다·들여오다·들어가다 ← 배가(はいか/配架·排架)


가·가장자리·가녘·가생이·기슭·기스락·깃·깃새·끝·칸·셈대·셈자리·셈칸 ← 카운터 ㄱ(counter)


끝말·끝소리·끝주먹·마감말·마감글·마무리·마무리말·마지막말·마침말·마지막 주먹·막말·막주먹·세다·쐐기·쐐기박다·크다·한주먹 ← 카운터 ㄴ(counter), 카운터펀치


대·대롱·가닥·가락·개비·구멍·구녁·오리·오라기·올·줄·자루·작대·장대 ← 노즐(nozzle)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