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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3부 : 영지에 책을 보급하자! 6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원작, 나미노 료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문기업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2.10.
굶어도 읽는다
《책벌레의 하극상 3-6》
카즈키 미야 글
나미노 료 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4.9.30.
즐겁게 일하다 보면 굳이 끼니를 이어야겠다는 마음이 안 피어나곤 합니다. 몸을 살리는 빛이란, 덩이를 이룬 밥뿐이 아니니까요. 즐겁게 누리는 일도 언제나 우리 몸을 살리고 북돋아요.
다만 아무리 즐겁게 하는 일이어도 해를 쬐고 바람을 마시고 빗물이며 냇물을 곁에 두면서 맡을 적에 몸을 북돋웁니다. 해가 떴는지 졌는지 모르는 데에 틀어박혀서 하는 일은 오히려 몸을 갉아요. 하루 내내 땡볕에 있더라도 몸은 땀을 안 흘릴 수 있고, 온통 해를 가린 곳에 가두어도 몸은 까무잡잡할 수 있습니다만, 이렇게 몸을 돌보려면 언제 어디에서나 해바람비를 그릴 줄 아는 눈빛일 노릇이에요.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부터 ‘책’이 있습니다. 책이라는 꾸러미를 챙기고 채워서 아이들한테 물려준 뜻이 있어요. 기쁘게 온땀으로 일군 씨앗을 두고두고 나누면서 누구나 즐거이 삶을 노래하기를 바라거든요. 아이한테 물려주려는 책에는 거짓이나 허울이나 길미가 없습니다. 아이한테 물려주려는 책이 아닌, 더 많이 팔아서 더 많이 이름을 날리고 목소리를 높이고 돈과 힘도 거머쥐려는 속뜻을 숨긴 책은, 그야말로 한동안(또는 오랫동안) 잘팔리거나 잘나가기도 합니다. 참다운 책이 아닌, 거짓스런 책이 오히려 사람들 눈을 사로잡곤 합니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본다면, 서울(도시)이라는 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땅뙈기를 건사할 수 없으나, 돈과 이름과 힘을 손쉽게 많이 빨리 얻을 수 있다고 여겨서 몰려들거든요. 서울에서 돈을 많이 빨리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거나 멀리하거나 ‘돈버는 책’만 찾습니다. 서울에서조차 슬금슬금 빈터에 씨앗을 심고 텃밭을 돌보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틈이 밭아도 ‘살림하는 책’을 쥡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안 무너졌다면, 시골에서 해바람비라는 책을 곁에 두는 일꾼이 있고, 서울에서 돈바라기·이름바라기·힘바라기가 아닌 살림바라기·사랑바라기·사람바라기를 그리는 어린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책벌레의 하극상 3-6》을 읽습니다. 철없는 오라버니를 부드러우면서 따끔하게 나무라서 배움길로 이끄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힘과 돈과 이름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굳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힘과 돈과 이름을 누리려는 얕은 오라버니가 왜 얕고 얼마나 얕은지 보드라우면서 매섭게 꾸짖는군요.
적잖은 사람은 스스로 타고난 집안에 스스로 갇힙니다. 가난한 집이면 가난하다는 마음에 갇히고, 가멸찬 집이면 가멸차다고 갇혀요.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건 ‘내 삶’은 스스로 지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가난하기에 글을 못 배우거나 책을 못 읽지 않습니다. 가멸차기에 글을 익히거나 책을 사읽지 않습니다. 마음이 있기에 배우고, 마음을 일으켜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꾸면서 책을 써서 둘레에 나눕니다.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배우고 일으키고 가꾸는 마음’이 아니라 ‘힘과 돈과 이름을 쥐려는 속셈’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더군요. 우리는 이렇게 엇갈린 두 마음과 속셈을 가리는 눈이 있는가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길을 가는가요? 마음을 돌보고 일군다면, 책이나 글이 없어도 아름답고 알찹니다. 마음을 안 돌보고 안 일군다면, 아무리 책을 읽거나 글을 쓰더라도 후줄근하고 추레합니다.
햇볕 한 줌과 바람 한 줄기와 빗물(또는 이슬) 한 방울을 손에 얹어 보셔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웃나라에서도, 언제 어디에서라도 이 세 가지를 바라보고 헤아리고 품을 적에, 시나브로 마음 가득히 사랑이라는 이야기씨앗이 싹트고 자라리라 느껴요.
ㅍㄹㄴ
“저에게는 그런 자유시간이 없는데요? 아침 식사가 끝나면 페슈빌 연습, 그리고 점심부터는 페르디난드 님의 집무 보조, 점심 식사 후에는 공방과 고아원 일, 그게 끝나면 의식에 관한 공부를 하거나 마력 훈련을 받아야 하거든요.” (45쪽)
“우리 고아원의 아이들은 어네 청색 신관이 되어 일하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엄격하게 훈련받고 있어요. 평민 아이들도 목적을 가지고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그런 아이들과 항상 도망만 치고 노력도 하지 않는 빌프리트 오라버니를 비교하다니, 다른 아이들에게 실례예요.” (56쪽)
“신분을 책임에서 도망치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는 어리석은 자를 영주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 영주의 자녀로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노력해서 결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57쪽)
“빌프리트의 교육은 모두 제가 다시 맡아서 진행하겠습니다. 더는 당신에게 그 아이를 맡길 수 없어요.” (73쪽)
“어리석은 사람은 빌프리트 혼자가 아니다. 너희 측근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주인을 위한다면 의자에 묶어 두고서라도 공부를 시켜라.” (148쪽)
#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책벌레의 하극상 3부 6》(카즈키 미야·카즈키 히카루·시이나 유우/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4)
가르치는 선생님도 문제가 있구나
→ 가르치는 사람도 말썽이구나
→ 가르치는 쪽도 틀렸구나
31쪽
저에게는 그런 자유시간이 없는데요
→ 저한테는 그럼 틈이 없는데요
→ 저한테는 그럼 짬이 없는데요
→ 저한테는 그럼 말미가 없는데요
45쪽
아이들도 목적을 가지고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도 뜻을 세우고 거듭 애씁니다
→ 아이들도 꿈을 그리며 거듭 힘씁니다
56쪽
너희 측근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주인을 위한다면 의자에 묶어 두고서라도 공부를 시켜라
→ 너희 곁일꾼도 마찬가지다. 참말로 님을 섬긴다면 걸상에 묶어 두고서라도 가르쳐라
→ 너희 옆사람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님을 모신다면 걸상에 묶어 두고서라도 가르쳐라
14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