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회개 2025.1.13.달.
어떤 사람은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아예 안 하지. ‘잘’ 했기에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할 일이 없지 않아. 둘레를 사랑으로 보면서 사랑으로 배우려는 마음이 없기에 “잘못했습니다!” 같은 말을 안 한단다. 으레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은 하는데, 입치레나 입버릇으로 그치는 사람이 있어. 이들은 둘레 눈치를 보느라 사랑을 안 보고 안 배우는 마음이지. 이른바 ‘회개’라 일컫는 “잘못했습니다!”와 같은 말 한 마디는, “이제 아이 마음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며 새롭게 일하겠습니다!”와 같은 길일 노릇이야. 배우기에 사람이야. ‘사람’이란, “배우는 나날을 마음에 씨앗으로 담은 몸”이라는 뜻이지. 사람을 둘러싼 푸나무와 돌바위와 물방울과 바람과 짐승도 늘 배워. 모든 숨결은 다 ‘배우’기에 다 ‘삶’이야. ‘삶’으로 나아가기에 ‘사랑’을 심고 펴고 나누지. ‘삶’을 잊어버리기에 언제나 죽음으로 치닫고, 허울과 껍데기를 못 놓아. 풀벌레도 짐승도 헤엄이도 새도, 늘 몸갈이를 해. 깃갈이에 털갈이를 하지. 지나간 허울과 껍데기를 붙잡으려고 하기에 ‘허물굴레’인 죽음이야. 잘 보렴. 숱한 사람들이 ‘허울·허물’과 ‘껍데기’를 자꾸 붙들지 않아? 겉껍데기를 붙드는 이들은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할 줄 모르거나, 입말린 소리를 읊는단다. 속살을 가꾸면서 스스로 빛나려는 사람은 눈물로 허울과 허물을 씻어. 속빛을 일구면서 스스로 사랑하려는 사람은 빗물로 껍데기를 벗고 바람으로 겉옷을 날려버려. 네 오늘과 네 하루는 어떤 길인지 살펴봐. 네가 눈물과 빗물과 바람을 품는지, 아니면 겉치레로 덮어씌우거나 감추는지 헤아려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