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중학교 2025.1.14.불.
봄은 겨울부터 오고, 여름은 봄부터 오고, 가을은 여름부터 오고, 겨울은 가을부터 와. 봄·여름·가을·겨울은 어느 날 갑자기 “자! 오늘부터 봄이야!” 하고 오지 않아. 봄이라면 겨울 첫머리에 아주 자그마한 씨앗으로 깃들어서 한겨울에 조금씩 꿈을 키우다가 끝겨울(늦겨울)에 어느새 싹을 틔우면서 물들어. 모든 철은 ‘씨앗이 싹트고 돋’듯 가만히 물들어서 피어나는 얼거리로 깨어난단다. 오늘날은 ‘초등학교’하고 ‘고등학교’ 사이에 ‘중학교’를 놓는데, 봄빛으로 물들어서 철들어 가는 나날이 아니라, ‘대학입시 징검다리’로 여기는구나. ‘봄나이’인 사람은 봄빛이 무엇인지 살피고 짚고 헤아려서 익히는 길이야. 아직 ‘익은’ 나이가 아닌, ‘익히는’ 나이야. “다 익을”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릴 테지. 익히는 동안에 자꾸 솥뚜껑을 들추면 어떻게 될까? 솥뚜껑을 아예 안 열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야. 느긋이 지켜보며 기다리고 헤아리는 ‘꿈’을 반기는 마음일 노릇이지. 자꾸 들추듯 따지고 다그치고 나무라면 그만 ‘덜익’거나 ‘설익’어. 때로는 아예 안 익기까지 하는구나. ‘중학교’라는 허울이나 껍데기가 아니라, “철드는 익힘길”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볼 수 있겠니? 너희는 “철든 어른”으로서 어질고 슬기로운 밝은눈을 물려줄 수 있겠니? ‘중학생’이 아닌 ‘봄아이’란다.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잎을 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꽃송이를 피우는 사랑을 익혀서 활짝 웃는 길목이기에 ‘봄아이’에 ‘봄나이’에 ‘봄길’에 ‘봄배움’이란다. 고치에서 마지막까지 몸벗이를 하고서 날개돋이를 하는 날까지 지켜보렴. 스스로 고치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