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20. 창피한 사내



  부산 사상나루에서 시외버스를 탄다. 그런데 맞이터에서 버젓이 불을 붙이고 담배를 태우는 아재가 내 앞을 스친다. “이봐요. 아재! 여그는 담배 태우는 곳 아니오!” 크게 부르는데 담배아재는 아랑곳않는다. 사내창피는 다 보이는 꼴이다. 버스에 탔더니 다른 늙수그레 아재가 쩌렁쩌렁 소리로 길게 전화한다. 할 말을 잃고서 책을 읽기로 한다.


  시끄럽거나 슬쩍 쓰레기 버리는 아가씨나 아줌마나 어린이나 푸름이도 수두룩하다. 다들 창피를 모르지 싶다. ‘사람답지 않은 창피’이다. ‘기본예절’이란 ‘사람다움’이다. 사람다움을 잊으니 이웃을 안 살피고, 이웃을 안 살피기에 풀꽃과 나무를 괴롭히거나 등지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손길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까지 창피사람으로 머물 셈일까? 우리는 언제쯤 참사랑에 눈을 뜨면서 스스로 멧새노래로 어울릴까?


  해가 잘 드는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아 본다. 배우지 않는 몸이기에 늙어가고 낡아가며 죽어간다. 배우지 않기에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면서 시끌시끌 떠든다. 기러기떼가 낙동강을 따라서 날아간다. 겨울이 저물어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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