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날개달린 그림책방 35
미야자와 겐지 지음, 유노키 사미로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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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20.

그림책시렁 1532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글

 유노키 사미로 그림

 박종진 옮김

 여유당

 2020.2.15.



  푸나무는 비를 먹고 바람을 마시고 해를 쬡니다. 해바람비를 머금는 푸나무는 튼튼하고 아름답고 싱그럽습니다. 예부터 누구나 ‘해바람비를 머금은 낟알·열매·푸새’로 밥살림을 삼았습니다. 고기를 먹을 적에도 ‘해바람비를 머금은 풀밥을 먹으면서 살던 짐승’을 잡았습니다. 어느덧 오늘날에는 ‘해바람비를 모르거나 잊거나 등진 먹을거리’가 온누리에 넘칩니다. 하루 내내 해를 안 보는 데에서 일하거나 지내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해가 내리쬐는 마을이나 골목이나 너른터에서 뛰노는 어린이는 거의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를 그림책으로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2016년에 유노키 사미로 님이 그림을 곁들인 판으로 찬찬히 넘깁니다. 어느덧 온해(100년)에 이른 오랜 글빛인데, 미야자와 겐지 님은 아찔하고 까마득한 얼음나라 일본이 어디로 치닫는지 몹시 슬프게 여기면서도 기운을 차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비에도 지지 않고”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지거나 이기거나”를 잊어요. 사나운 비바람에 져야 할 까닭이 없어요. 얼핏 사나워 보이는 돌개바람이지만, 온누리 풀꽃나무를 한결 든든히 어루만지는 숨결이거든요. 어떤 ‘스마트팜’으로도 밥살림을 못 일굽니다. 어떤 ‘스마트폰’으로도 사랑살림하고 멉니다. 손길을 잊은 곳에는 꿈씨가 자라지 않습니다.


#宮?賢治 #雨ニモマケズ #柚木沙??

2016.10.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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