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16.

오늘말. 주르르


긴낮이 지나가면 어느새 새가을로 나아갑니다. 밤낮이 나란한 가을이 저물면 어느덧 새겨울로 성큼 뻗습니다. 바야흐로 봄맞이를 앞두고서 볕이 차츰 늘어납니다. 이내 앉은꽃이 하나둘 오르고, 나무는 겨울눈을 틔우려고 부풉니다. 철은 바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루는 곧장 지나가지 않습니다. 누구나 으레 나란히 맞는 아침이요 저녁입니다. 때로는 이냥저냥 흐르는 듯하고, 어느 날은 아차 싶도록 훅 가버리는구나 싶어요. 그러나 물줄기처럼 줄줄 흐르는 나날이에요. 샘물처럼 빗물처럼 주르르 흐르면서 온ㄴ누리를 부드러이 적시는 삶입니다. 그냥 맞추지 않습니다. 언제나 찬찬히 짚으면서 하나씩 가눕니다. 덜컥 따르지 않아요. 늘 곰곰이 보면서 가다듬습니다. 무턱대고 뒤따르다가는 넘어져요. 느긋이 지켜보면서 천천히 내디듭니다. 갑자기 가지 않아요. 댓바람으로 서두르지 않습니다. 잠을 깨는 새벽처럼 느긋이 일어납니다. 밤에 드리우는 별처럼 포근히 일어섭니다. 슬쩍 머물다가 가지 않습니다. 상냥하게 이는 바람을 머금으면서 나긋나긋 나아갑니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는가요? 우리가 깃든 이곳에서 어떤 꿈을 그리며 잠자리로 가나요?


ㅅㄴㄹ


바로·곧바로·막바로·곧장·맞추다·그냥·그대로·으레·늘·언제나·노·노상·움직이다·따르다·버릇·갑자기·걸핏하면·그냥·그대로·그렇게·그토록·꼬박·두말없이·뒤따르다·따르다·대뜸·댓바람·더럭·덜컥·마냥·불쑥·마땅하다·맞추다·무턱대고·문득·시나브로·어느덧·어느새·이내·이냥·이냥저냥·저절로·절로·제물로·아차·알 만하다·우러나오다·툭하면·튀어나오다·줄줄이·줄줄·주르륵·졸졸·조르르·쪼르르·주르르 ← 조건반사


밤·묵다·보내다·들다·깃들다·잠·자다·잠자다·머물다·머무르다·머금다·있다·지내다 ← 박(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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