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14. 공범
‘서울’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함께 저지른 짓”이라는 대목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을 떼어야 이다음길을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를 내면 으레 손가락질을 받거나 따돌림을 받는다. “저놈들이야말로 잘못이잖아?” 하는 대꾸가 뒤따르지.
그런데 바로 ‘서울’이라는 터전은, “시골을 쥐어짜고 우려내”어 굴러가고, “우리나라 시골뿐 아니라 이웃나라 시골까지 쥐어짜고 우려내”어 돌아가게 마련이다. 지난날에는 미국이나 영국이나 독일이나 프랑스나 에스파냐가 이런 얼거리였다면, 이제는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와 대만이 이런 얼거리이고, 어느새 중국도 이런 얼거리로 접어든다.
“서울에서는 그냥 숨을 쉬기만 해도 누구나 시골을 쥐어짜고 우려낸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을 움직이는 모든 빛(전기)은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뽑아내어 서울까지 기나긴 줄(송전선·송전탑)로 이어서 실어나르고, 서울사람이 먹고 쓰는 모든 먹을거리와 물도 시골에서 거두고 짓는 모든 품이 밑받침이다.
그래서 ‘적게쓰기·덜쓰기·아껴쓰기’로는 아무것도 못 푼다. ‘서울떠나기’나 ‘서울버리기’를 해야 비로소 조금씩 바꾼다.
그런데 서울에서 살더라도 바꾸는 길은 있다. ‘대규모공장 공산품’이 아닌, ‘시골사람이 손수 지은 작은살림’을 눈여겨보면서 ‘목돈’을 들여 사서 쓰되, 이 시골살림을 오래오래 즐겁고 알뜰살뜰 쓰는 길이 있다. 옛날부터 어느 나라·겨레에서도 ‘소비재(1회용품)’가 아닌 ‘살림·세간’만 지어서 썼다. ‘살림·세간’을 서울에서 장만해서 쓴다는 마음이라면, 서울사람도 조금조금 온누리를 바꾸는 길을 갈 만하다.
여기에는 책도 마찬가지라, 큰펴냄터가 아닌 작은펴냄터를 눈여겨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하고, 이름글꾼이 아닌 아름글꾼을 찾아볼 수 있는 눈썰미를 가꿀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냥그냥 큰펴냄터에서 책을 내는 사람도 많지만, 굳이 큰펴냄터는 모두 거르고서 작은펴냄터나 혼펴냄터에서만 책을 내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난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바꾸는 길도 하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