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7.

오늘말. 시내


그러나저러나 겨울은 그냥 겨울입니다. 여름은 그냥저냥 여름입니다. 겨울이라서 더 춥지 않고, 여름이라서 더 덥지 않습니다. 철마다 다른 하루인데, 어쩐지 요즈음은 겨울에 춥다고 너무 호들갑게 여름에 덥다고 자꾸 들썩인다고 느껴요.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서조차 개울물을 뜨는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웃 여러 나라는 시내를 품고서 싱그러운 참물을 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들숲을 훅 잊고 바다를 확 잃어요. 너른바다가 파랗게 일렁이는 결을 돌보지 않더군요. 깨끗한 바다 한복판에 자꾸 바람개비에 햇볕판을 마구마구 박아요. 바닷물이 아지랑이로 바뀌어 구름을 이루고, 이 구름이 소금빛이 없는 빗물로 온누리를 적시면서 풀꽃나무가 푸르게 살아나는 얼거리를 안 가르치거나 못 배우는구나 싶어요. 산물이란 빛물이면서 빗물입니다. 빗방울이 샘을 이루고, 모든 먹는샘물은 “돌고도는 바닷물”입니다. 어찌저찌 바다를 함부로 망가뜨릴 적에는 우리 고을과 마을과 나라를 통째로 어지럽히는 셈입니다. 한탕 누리가 떠날 삶이 아니라면, 참말로 아이들한테 물려줄 삶터라면, 이제라도 그저 수수하게 꽃물을 살려야지 싶습니다.


그나저나·그러나저러나·그냥·그냥그냥·그냥저냥·그러면·그럼·고러면·고럼·그야말로·이야말로·그저·다만·다문·먼저·뭐·-부터·-에서·이제·이제는·아무튼·암튼·어쨌든·어쨌거나·어찌어찌·어찌저찌·얼핏·얼핏설핏·어디·어디서·어영부영·요새·요사이·요즈막·요즈음·요즘·좀·조금·참·참말·참말로·한바탕·한탕·한벌·한판 ← 한번(-番)


먹는샘물·샘·샘물·내·냇물·시내·시냇물·개울·민물·산물·빛물·꽃물·꽃빛물·참물·참빛물·참꽃물 ← 생수(生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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