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7.
오늘말. 말다
집안일을 하고서 등허리를 토닥이다가 비로소 글을 매만집니다. 빨래가 다 마르면 걷어서 갭니다. 닳은 살림은 새것으로 갈고, 이따금 땅을 갈아엎어 위아래 흙을 바꾸기도 합니다. 일이 고되면 팽개칠 수 있습니다. 버거운 일을 끝까지 붙잡다가는 그만 스러질 만합니다. 못 이기는 짐을 끌어당기기보다는 서로 조금씩 지우면서 차근차근 나아갈 노릇이라고 느껴요. 예부터 나라가 먼저가 아니라 작은집이 꽃등이라 했는데, 정작 숱한 사람들은 집보다 나라를 앞세우면서 그만 집살림을 내동댕이칩니다. 집안에서 살림살이를 사랑으로 안 짓는다면, 마을살림도 마찬가지로 허물어지고, 나라살림도 똑같이 못 씁니다. 못난 나라지기라면 갈아치워야 할 텐데, 어떻게 뒤집어야 아름다울까요. 우리 아이들은 어떤 판갈이를 배우고 지켜보면서 물려받을 적에 사랑을 느낄까요.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없으나, 마구 나서거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어쩐지 자꾸 다투면서 서로 해치우려는 미움씨가 번진다고 느껴요. 사랑씨를 안 낳거나 살림짓기를 안 하는 수렁부터 멈추어야지 싶습니다. 어리보기는 스스로 스러지게 마련이에요. 어떤 길을 새로 세울지 그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걷다·걷어내다·걷어치우다·갈다·갈아치우다·갈아엎다·바꾸다·그만하다·멈추다·멎다·비다·깨다·깨뜨리다·깨부수다·끝·내몰다·내버리다·버리다·닫다·닫아걸다·던지다·내던지다·내동댕이·집어던지다·집어치우다·뒤집다·때려치우다·엎다·팽개치다·내팽개치다·마감·마치다·말다·접다·몰아내다·못쓰다·못 이기다·무너지다·사라지다·스러지다·슬다·허물어지다·지우다·치우다·판갈이·잡다·싹 잡다·싹 치우다·없다·없애다·젖히다·해치우다·않다·안 낳다·안 짓다·안 하다 ← 폐기(廢棄), 폐기처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