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리문학사 재인식 민족문학사연구소연구총서 3
민족문화사연구소 남북한문학사연구반 엮음 / 소명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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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5.1.3.

읽었습니다 328



  《북한의 우리문학사 인식》이라는 책은 높녘에서 우리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룬다기보다는 ‘마녘이 높녘을 보는 눈’을 다룬다고 해야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얼핏 보면 ‘높녘에서는 고려나 조선이나 일제강점기를 이렇게 본다’고 다루는 얼개이지만, 하나하나 보면 ‘높녘이 보는 눈길은 틀리거나 어긋났다’고 짚더군요. 왜 높녘 글바치는 고려를 고려로 안 보고 조선을 조선으로 안 보느냐며 나무라는 말이 가득한데, ‘높녘을 나무라는 틀’을 높녘한테도 똑같이 맞추어야 하지 싶습니다. 이 눈길이 맞고 저 눈금은 틀리다고 가를 까닭이 없습니다. 높녘에서는 글 한 줄을 삐끗하면 그대로 골로 갑니다. 높녘 글바치가 왜 글을 오직 글로 못 읽고 못 말하겠습니까. 높녘 우두머리 입맛에 안 맞으면 바로 목아지가 날아가는걸요. 그렇다면 마녘인 우리는 어떨까요? 우리는 글 한 자락을 다 다른 삶에 따라서 다 다르게 읽을 적에 “그래, 넌 시골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숲살림을 지으니까, 넌 그렇게 읽을 만하고, 네 눈길도 맞아.”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밭이 있을까요? “그래, 넌 서울에서 자가용을 모는 삶이니까, 넌 그렇게 읽을 만하고, 네 눈길 그대로 잘 읽었어.” 하고 이야기하는 마음밭만 흘러넘치지는 않나요? “북한의 우리문학사 인식”이라는 책이름부터 그냥 일본말씨입니다. 무늬만 한글입니다. 이제는 글(문학)도 글빗(비평)도 ‘무늬한글’이 아닌 ‘우리말글’로 풀어내는 글바치가 나타나기를 빕니다.


《북한의 우리문학사 인식》(민족문학사연구소, 창작과비평사, 1991.7.20.)

- 북한의 우리문학사 재인식, 소명출판, 2014.12.20.


문학연구가 학문중심주의나 연구자의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당대 사회의 역사적 발전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 또 고전문학 속에서 민중적 영웅이나 애국자의 전형을 찾고 그것을 민중이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고쳐 널리 유포하는 것 등은 매우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연구의 성과가 소수의 연구자들에게 독점되고 있는 남한학계에 많은 점을 시사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화가 표기나 문체의 평이함이 아닌, 문학이 현실과 관계할 때 개입되는 많은 매개항의 무시와 등치되어서는 곤란할 터이다. (106쪽)


때문에 그 평가는 각 시기 역사발전 단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이런 점들에 대한 고려 없이 불교나 유교를 부정 일변도로만 취급한다면, 이는 현재의 이념적 요구를 가지고 과거의 역사를 재단하는 비역사주의적인 오류로 귀결될 수도 있다. (192쪽)


다산의 진면목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경직된 이념에 의해 작가의 작품을 재단하는 것은 북한 문학사의 설득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고, 북한 문학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2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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