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09


《나라사랑의 길》

 편집부 엮음

 강원도

 1967.2.1.



  예나 이제나 ‘나라사랑’이란 이름을 내거는 무리치고 참말로 나라를 사랑하는 이를 보기는 어렵다고 느낍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애국’을 붙일 적에도 매한가지입니다. 위아래를 끔찍하게 가르고, 왼오른이 사납게 싸우고, 순이돌이가 서로 미워하는 굴레를 씌우는 나라를 어찌 사랑할까요? 사랑이란 앙금·멍울·생채기를 품고 풀어 녹이는 길입니다만, 쌈박질과 길미질과 뒷질과 막질에는 함부로 안 붙이는 말입니다. 강원도지사가 우두머리한테 잘 보이려고 꾸민 《나라사랑의 길》이라는 꾸러미는 껍데기는 ‘나라사랑’이라 붙이지만, 허깨비(독재자)한테 잘 보이면서 굽신거리는 얼뜬 줄거리만 잔뜩 담습니다. 지난날이나 오늘날이나 이런 허튼짓을 하느라 돈을 참 잘 씁니다. 모름지기 사랑은 보금자리에서 싹틉니다. 작은 살림집에서 어버이가 아이를 돌보고 어른이 아이를 보살피는 길부터 사랑이 자라요. 보금자리에서 마을로 사랑이 퍼지고, 마을에서 고을로 사랑이 번지고, 고을에서 고장으로 사랑이 뻗고, 이윽고 나라와 온누리에 사랑이 스밉니다. 허깨비와 감투잡이 얼굴을 큼지막하게 앞세우는 꾸러미는 눈속임에 눈비음에 눈가림일 뿐입니다. 바꿀 노릇이고 가꿀 살림입니다. 손수 집안부터 일구면서 사랑씨를 심을 일이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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