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4.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문혜정 글, 세나북스, 2024.11.27.
잇몸살은 천천히 낫는다. 앓는 동안 이 몸을 입으면서 살아가는 뜻을 더 낱낱이 짚는다.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손·손아귀’가 얽힌 우리말하고 ‘arm·army’가 얽힌 영어를 돌아본다. ‘art’는 ‘예술·기술’ 사이에서 춤추다가 한끗에 따라 ‘길들이는 쌈박질’로 흐르기 쉽다. 숱한 ‘아티스트’는 살림(예술)보다는 손재주(기술)에 갇히면서 ‘손아귀·army’로 뻗으며 온누리를 휘감는다. 어느덧 아침이 조금씩 더 밝고 포근하다. 다시 그믐으로 가며 밤에 별바다를 이룬다. 《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를 천천히 읽는다. 스스로 그러모은 살림돈으로 혼자 일본마실을 다녀온 젊은이가 남긴 발걸음을 들려주는데, 대단히 꼼꼼하게 적는다. 마치 내가 글님하고 나란히 일본마실을 하는 듯 느낄 만큼 낱낱이 풀어냈다. 얼마나 기다리던 마실길인 줄 알 수 있고, 얼마나 하나하나 새기고 싶던 발자취였는지 물씬 돌아볼 만하다. 몸소 누린 바를 꾸밈없이 풀어내는 글결이 빛나는데, 붓끝에 힘을 덜 들이면 한결 반짝일 만할 텐데 싶기도 하다. 쪽틈(1분 1초)조차 알뜰히 쓰고 돌아다니려던 마실살림인 만큼, 어느 하나도 안 놓치려고 했구나 싶은데, 일부러 몇 가지를 놓쳐 본다면, 오히려 더 넉넉히 누리면서 담아낼 수도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