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97
《나비문명》
마사키 다카시
김경옥 옮김
책세상
2010.10.12.
만나는 분한테 으레 책이나 노래를 건넵니다. 여태 읽거나 손수 쓴 책 가운데 이웃한테 이바지할 만하겠구나 여기는 한 자락을 골라서 드립니다. 오늘 쓴 노래나 요즈막에 새로 쓴 노래를 흰종이에 옮겨적어서 내밀고요. 책을 문득 건네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더구나 노래를 내미는 이웃은 없다시피 할 테고요. “이 책을 왜 줍니까?” 하고 묻는 분이 곧잘 있고, “우리가 이 별에서 살아가는 길에 스스로 마음을 살찌우고 생각을 빛내면서 아름다울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 하고 대꾸합니다. 이때에 적잖은 분은 “말씀처럼 제가 이 책을 읽고서 생각을 아름답게 한다면 돈을 벌 수 없겠군요.” 하면서 책드림을 손사래칩니다. 일찌감치 판끊긴 《나비문명》입니다. 우리 스스로 아름눈으로 아름살림을 일구는 아름손이기를 바라지 않기에 일찍 판이 끊긴다고 느낍니다. 헌책집을 들를 적에 이 책이 보이면 다시 장만해서 건사하다가 여러 이웃한테 슬그머니 드려요. 어떤 이웃은 고맙게 여기지만 어떤 이웃은 “난 생태적으로 살기 싫은데?” 하면서 싫은 티를 냅니다. 나비가 훨훨 날아다닐 만큼 풀꽃나무가 곁에 있을 적에 비로소 ‘살림(문명·문화)’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나비 한 마리가 날지 못 하거나 깃들 틈을 모조리 밀어내는 서울이 자꾸 늘어나거나 서울을 닮으려는 시골과 작은고장이 늘면, 이 별과 이 나라는 죽음수렁이지 싶습니다.
#正木高志 #蝶文明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