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400 : 필경 他界 만족의 미소 금치 것


필경 他界에서도 만족의 미소를 금치 못할 것이며

→ 아마 너머에서도 즐겁게 웃으며

→ 무릇 그곳에서도 기쁘게 웃으며

《盧天命 詩集》(노천명, 서문당, 1972) 6쪽


1972년이나 1982년에는 이 보기글처럼 ‘他界’처럼 한자를 드러내어 글을 쓰는 분이 많았습니다. 한자가 다르지만 한글로는 똑같은 다른 낱말 ‘타계’하고 헷갈린다고 여겨서 이처럼 글을 썼다고 하는데, 몸을 내려놓을 적에는 ‘죽다·떠나다·가시다·돌아가시다’라 하면 되고, 다른 곳이나 너머를 가리킬 적에는 ‘다른곳·너머·그곳’으로 갈라서 알맞게 쓰면 됩니다. 우리말로 얼마든지 갈라서 잘 쓸 만합니다. 무릇 우리말을 안 살피는 탓에 한자를 꼭 써야 한다고 여기고 말아요. 한자나 영어를 쓰고 싶으면 쓸 일이지만, 어린이 곁에서 어깨동무하면서 부드럽고 쉬우며 또렷이 쓸 수 있는 우리말은 수두룩합니다. 아마 우리말을 안 배우려고 하는 탓이기에 한자에 얽매인다고 해야겠지요. 즐겁게 웃으면서 어린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나날을 등지기에 이렇게 올가미에 갇혀요. 기쁘게 웃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말씨앗을 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필경(畢竟) : 끝장에 가서는

타계(他界) : 1. 다른 세계 2. 인간계를 떠나서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 특히 귀인(貴人)의 죽음을 이르는 말 3. [불교] 불교의 십계(十界) 가운데 인간계 이외의 세계

만족(滿足) :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미소(微笑) : 소리 없이 빙긋이 웃음

금하다(禁-) : 1.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말리다 2. 감정 따위를 억누르거나 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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