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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운 거짓말 ㅣ 창비청소년시선 23
배수연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10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20.
노래책시렁 465
《가장 나다운 거짓말》
배수연
창비교육
2019.10.10.
푸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기에 어른스러울까요? 푸름이가 저마다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살피며 걸어가도록 씨앗 한 톨을 나누듯 말씨앗을 나눌 적에 어른스럽다고 느낍니다. 채찍질을 하거나 다그치거나 손을 놓거나 콧방귀를 뀌거나 등돌리는 말씨를 흩부릴 적에는 하나도 안 어른스럽습니다. 눈치를 보거나 쭈볏거려야 할 푸름이가 아닙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동무랑 이웃을 나와 같은 숨빛인 사랑인 줄 알아보면서 빛나는 푸름이입니다. 《가장 나다운 거짓말》은 ‘청소년시’라는 이름이 붙기는 하는데, 집안일이 무엇인지 마주하거나 도울 줄 모르면서, 엄마랑 아빠가 어떤 마음과 사랑으로 우리를 낳았는지 살필 줄 모르면서, 엄마아빠가 어떤 앙금과 응어리를 그저 속으로 삭이기만 하면서 말길을 못 트는지 바라볼 줄 모르는, 아무래도 철없는 말이 드날리는구나 싶어요. 비바람이 들이칠 적에 나무가 막말을 한다니, 나무하고 마음으로 말을 나누지 않는군요. 푸름이가 달리기를 하며 땀을 내듯, 엄마아빠는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집안일을 하며 땀을 오지게 쏟습니다. 동무를 ‘못생긴’ 아이로 딱 자르는 마음이야말로 ‘저만 아는 얕은’ 속알일 텐데요. 엄마가 국수집에서 일하면 ‘나쁜 일’이라니, 너무 안쓰러운 글잔치입니다.
ㅅㄴㄹ
공원의 나무들은 뭣이 그리 억울해서 / 차마 못 할 욕들을 공중에다 휘갈기나? (태풍/10쪽)
달리기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 잘 달리는 걸로 상은 왜 주는 거야 / 50미터를 10초 안에 달리는 게 뭐가 좋은 건지 / 얼굴이 떡 반죽이 되고 / 겨드랑이가 축축 젖어버리는데도 / 가슴이 덜렁대고 / 이마가 훌렁 벗겨지는데도 (계주/11쪽)
엄마는 기분이 상하거나 힘이 들 때 / 부엌에서 탕탕 소리 내며 일을 하는데 / 아빠와 나와 동생의 가슴을 / 쾅쾅 팰 수 있다고 / 믿고 싶은 모양이다 (가족/40쪽)
아빠가 사라지고 / 주부였던 엄마는 우동집 주방에 취직했어 / 이건 나쁜 꿈 슬픈 꿈 창피한 꿈 (나쁜 꿈/42쪽)
하루는 우리 반에서 / 무지 못생기고 이기적인 애가 / 생일 파티를 했다 / 아무도 가지 않았는데 / 연준이만 갔다 / 그 애 엄마가 케이크를 잘라 주었다고 했다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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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다운 거짓말》(배수연, 창비교육, 2019)
차마 못 할 욕들을 공중에다 휘갈기나
→ 차마 못 할 막말을 하늘에다 휘갈기나
→ 차마 못 할 말 하늘에다 막 휘갈기나
10
달리기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 달리기 따위 왜 해
→ 왜 달려야 해
11쪽
파란 분필로 천장에 원을 그리면 그 홀을 통과할 수 있지
→ 파란가루로 위에 동글게 그리면 구멍을 나갈 수 있지
→ 파란가루로 위쪽에 둥글게 그리면 거기로 갈 수 있지
14
누군가는 뺨이 금지되었다
→ 누구는 뺨이 안 된다
19
혼이 난다는 건 대체로 할 만한 일이다
→ 꾸지람은 그냥 받을 만하다
→ 꾸중은 그럭저럭 받을 만하다
23
새들은 영문도 모르면서
→ 새는 영문도 모르면서
28
엄마와의 세계 대전 아침∼시!땅!
→ 엄마와 한판싸움 아침부터!
→ 엄마와 큰싸움 아침부터!
→ 엄마와 아침부터 크게 붙다!
38
양배추 환, 냉장고의 오디즙은 언제 다 먹지
→ 동글배추알, 싱싱칸 오디물은 언제 다 먹지
43
하루는 우리 반에서 무지 못생기고 이기적인 애가 생일 파티를 했다
→ 하루는 우리 모둠서 무지 못생기고 괘씸한 애가 잔치를 했다
→ 하루는 우리 모둠 무지 못생기고 미운 애가 빛잔치를 했다
80
샤리라∼ 내가 등장하면
→ 샤리라! 내가 나오면
→ 샤리라 내가 나타나면
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