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보는 풍경 1
정송희 글.그림 / 새만화책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18.

만화책시렁 511


《옥상에서 보는 풍경 1》

 정송희

 새만화책

 2009.1.15.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듣기 싫을 만합니다. 그런데 ‘작은소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잔소리 = 잘다 + 소리’이고, ‘작은소리 = 작다 + 소리’입니다. ‘잘다’는 깨나 모래나 글씨처럼 덩이가 있을 적에 가리키고, ‘작다’는 크기·넓이·부피를 모두 아우르면서 가리킵니다. ‘잘다’는 자잘하거나 짧게 더 뻗기도 하지만 ‘잘’ 하는 길이나 ‘잘못’ 하는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작다’는 아직 씨앗인 몸과 크기이지만 머잖아 깨어나서 숲을 이루는 길을 갈 수 있고, 잠들고 잠기듯 고요하게 꿈을 그리는 길을 가기도 합니다. 《옥상에서 보는 풍경 1》은 골목마다 아이들이 넘치던 무렵, 그저 어느 고을에나 있던 작은 골목집에서 아이가 둘레를 바라보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안 담습니다. 놀랍거나 엄청나다 싶은 일을 그리지 않아요. 그저 하루하루 새롭게 맞이하고서 놀고 구경하고 심부름하고 쉬고 심심하면서 보내는 나날을 옮깁니다. 언뜻 본다면 “옛날에는 이랬는데” 하는 푸념이나 하소연일 수 있고, 잔소리나 꼰대스럽다고 볼 수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작은사람이 작은마을에서 작은소리로 어울리면서 작은꿈을 지피는 작은삶으로 여길 만합니다. 참말로 씨앗은 작은걸요.


ㅅㄴㄹ


광주 집에는 마당이 없어서 메리처럼 큰 개는 살기 힘들단다. 엄마는 새벽부터 밤까지 개미처럼 바쁘다. 나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단다. (35쪽)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너처럼 힘든 일에 처한 사람을 도우면 되제.” “도움은 아줌마한테서 받았는데, 왜 다른 사람한테 은혜를 갚는다요?”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잉.” (85쪽)


일주일 만에 사촌오빠네는 도시 살림을 뚝딱 정리했다. 주연이도 떠나게 된 셈이지만, 우리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아마 도시에서 즐겁게 논 적이 없어서일 거다.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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