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6.

오늘말. 푸지다


돈이 넉넉하기에 살림이 든든하지는 않습니다. 돈벌이만으로 살림을 가꾸지 않거든요. 주머니는 가볍지만 건하게 뜻을 펴고, 빈손에 맨손이지만 너르게 꿈을 이루게 마련입니다. 모든 일은 돈으로 하지 않거든요. 언제나 먼저 마음으로 그리고 살피고 담고 심으면서 하는 일입니다. 그림자처럼 뒤에 서기에 나쁘지 않아요. 바깥에서 맴돌기에 처진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서 보자면, 가운데나 가장자리란 없어요. 모든 곳은 우리 스스로 서는 터전입니다. 왼쪽도 오른쪽도 옆모습일 뿐이에요. 위도 아래도 그저 테두리입니다. 바리바리 들고 가야 썩 누릴 만하지 않아요. 되도록 홀가분히 추스르면서 조금만 쥐어도 즐겁습니다. 찬바람이 수그러드는 봄마다 푸지게 피어나는 들꽃을 바라봐요. 물씬 흐르는 봄내음을 떠올려요. 다 가져야 가멸지 않습니다. 어지간하게 이루지 않아도 가멸찹니다. 한껏 거머쥐려고 하기에 오히려 무거워요. 잔뜩 안 품어도 되고, 잘 해내지 못 할 수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낮볕은 꽤 드리워요. 겨울에도 기저귀는 너끈히 말립니다. 하루하루 한바탕 잔치예요. 새아침이 노래이고, 새벽이슬이 반짝입니다.


ㅅㄴㄹ


건하다·걸쭉하다·꽤·꽤나·못내·물씬·썩·자못·적이·적잖다·퍽·너끈하다·너르다·넉넉잡다·넉넉하다·널널하다·다·모두·잔뜩·잘·한바탕·허벌나다·흐벅지다·되다·되도록·어느 만큼·할만하다·어연간하다·어지간하다·엔간하다·웬만하다·든든하다·살지다·톡톡하다·푸지다·푸짐하다·마음껏·맘껏·실컷·얼마든지·한껏·함박껏·바리·바리바리·벌써·이미·조금·좀·있다·변변하다·제대로·제법 ← 십분(十分)


그림자·금·검다·바깥·밖·테두리·테·옆모습·옆낯·옆얼굴 ← 실루엣(silhouett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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