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6.
오늘말. 잇목
해마다 겨울이면 집안을 따뜻하게 돌볼 기름을 받습니다. 시골은 겨울에 불을 때는 밑돈이 잔뜩 듭니다. 살고 죽고 할 만큼 목돈이 나가는데요, 기름값을 톡톡히 치르면서 새로 기운을 냅니다. 얼어붙는 겨울이면 손가락도 발가락도 얼 텐데, 겨울은 언제나 가을하고 봄을 잇는 갈림목이라고 느껴요. 드디어 꽃이 너울거리는 봄을 맞이하면, 겨울하고 여름 사이에서 잇목이네 하고 느낍니다. 여름에는 봄이랑 가을 사이에서 길머리인 철이라고 느끼지요. 모든 사람은 서로서로 사잇목이자 이음길입니다. 네가 나를 그이한테 사다리처럼 이어 주는군요. 내가 너를 저이한테 징검돌처럼 자리를 잇네요. 여울목을 건넙니다. 너울목을 지납니다. 디딤널을 밟고서 천천히 나아갑니다. 길나루에 서서 다음으로 갈 곳을 어림합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뻗으니 새길입니다. 몸하고 머리 사이에 목이 있듯, 모든 건널목과 길목은 보드라면서 가볍고 곧게 흘러가는 자리로구나 싶어요. 갈랫길에서는 하나를 골라서 걸어요. 갈림길에서 해맬 수 있어요. 들어가는곳에서 엉뚱하게 나올 수 있겠지요. 바쁠수록 돌림길로 갈 만합니다. 바쁘니 발판만 찾기보다 더 느긋해야지 싶습니다.
갈랫길·갈림길·갈림목·갈림터·갈림자리·갈림골·건널목·굽이·길목·길머리·길나루·난달·너울목·너울길·너울머리·돌림길·돌림살림·돌림살이·돌잇길·들머리·들목·들어가는곳·디딤널·디딤판·디딤돌·디딤길·디딤칸·목·목구멍·여울목·발판·오름판·올림판·사느냐 죽느냐·살고 죽고·살리느냐 죽이느냐·사다리·사닥다리·사잇목·샛목·새길·새목·이음길·이은길·잇길·잇는길·이음목·이은목·잇목·잇는목·이음받이·잇받이·징검다리·징검돌·징검길 ← 기로(岐路)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