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6.
오늘말. 흰자
고맙게 여기면서 해맑게 웃습니다. 기쁘게 맞이하면서 환하게 노래합니다. 반갑게 만나면서 하얗게 밤을 새웁니다. 달갑잖다면서 눈을 희번덕거립니다. 흰자를 자꾸 굴리는 눈초리가 매섭습니다. 그렇지만 곱살하게 다시 말을 건넵니다. 쏘아대는 저 사람은 놈이 아닌 님이라고 여기면서 새삼스레 상냥하게 두 마디 석 마디를 들려줍니다. 꽃보라가 드날리는 곳에서만 착하게 어울리지 않아요. 화살보라가 춤추는 싸움터에서야말로 사랑을 베풀 때라고 느낍니다. 즐겁지 않으니 싸워요. 따사로이 나누는 눈길이나 포근하게 품는 손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여기기에 자꾸 다툽니다. 만만하기에 다가설 수 있어요. 호락호락하지 않으면 얼씬조차 못 하지요. 밥을 차릴 적에 고깃살을 꼭 놓아야 즐길 만하지 않습니다. 곰곰이 보면 풀잎이며 풀줄기는 풀한테 살점이자 살집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달걀은 노른자위도 흰자위도 다 다르게 쓰지요. 떡국을 끓이면서 노랗게 하얗게 고명으로 얹어요. 좋아하는 대로만 하자면 오히려 좁게 갇히더군요. 좋은뜻은 안 나쁠 테지만, 앞으로는 아름뜻에 고운뜻으로 꽃비에 단비를 흩뿌리는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를 빕니다.
ㅅㄴㄹ
고맙다·기쁘다·반갑다·반기다·오감하다·즐겁다·즐기다·곱다·곱살하다·곱상하다·아름답다·베풀다·사랑·상냥하다·착하다·참하다·꽃보라·꽃비·단비·생각·마음·마음꽃·말·말씀·뜻·손길·손빛·손·눈·눈길·기껍다·내키다·만만하다·호락호락·좋다·좋아하다·좋은뜻·따뜻하다·따사롭다·다사롭다·다솜·포근하다·푸근하다·후덥다 ← 호의(好意), 호의적
살·살점·살집·살덩이·살덩어리·살더미·흰자·흰자위·하얀자·하얀자위·흰살·하얀살 ← 단백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