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6.

오늘말. 짧다


아직 모르는 숱한 책을 읽다 보면, 뜻밖에 일찍 간 분이 참 많은 줄 알아챕니다. 저님은 어쩌다가 일찌거니 스러져야 했는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님은 왜 그리도 일찍 지는 꽃으로 가셨는지 눈시울을 적십니다. 이님은 참으로 꽃가싯길에 들어선 나날이었구나 하고 고요히 비손을 합니다. 일을 짧게 마치기에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일을 늦도록 마감하지 못 하면서 내내 배우기도 합니다. 오래오래 붙드는 만큼 오래도록 살피면서 한결 깊고 넓게 헤아리곤 합니다. 가만 보면 해마다 숱한 풀꽃이 꽃떠남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꽃으로서도 꽃빛떠남입니다. 갈겨울에 시드는 풀줄기를 보노라면, 꽃님은 일찍 가게 마련이구나 싶은데, 마감길이란 마냥 나쁘다고 느끼지 않아요. 저마다 이 삶에서 뜻한 바를 차근차근 풀어내면서 부드러이 손길을 드리우는 살림길이었다고 느껴요. 오늘 그린 꿈을 오늘동이에 담아서 살짝 묻어 봅니다. 나중에 열 동이입니다. 다음에 태어나서 자랄 아이들이 뚜껑을 열고서 “예전에 태어난 어른은 무슨 꿈을 그렸을까?” 하고 반길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 놓습니다. 끝이 있기에 처음이 있고, 첫길을 나서면 끝길을 마주합니다.


ㅅㄴㄹ


짧다·일찍·일찌감치·일찌거니·일찍 죽다·일찍 떠나다·일찍 가다·일찍 스러지다·꽃가싯길·꽃자갈길·꽃빛수렁·꽃죽음·꽃빛죽음·꽃떠남·꽃빛떠남·꽃님은 일찍 진다·꽃님은 일찍 간다·일찍 지는 꽃·일찍 시드는 꽃·일찍 가는 꽃·끝·끝나다·끝있다·끝장·끝장나다·마감·마감하다·마감길·마감줄·마감꽃·맛가다·죽다·스러지다·쓰러지다·자빠지다·깨어지다·깨지다·망가지다·망그러지다 ← 요절(夭折)


나중그릇·나중동이·다음그릇·다음동이·뒷그릇·뒷동이·오늘그릇·오늘동이 ← 타임캡슐(time capsul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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