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 - 보수와 진보 공동의 정치 철학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2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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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14.

인문책시렁 346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4.1.1.



  나라에서는 미리맞기(백신)가 사람을 살린다고 외칩니다만, 미리맞기로 죽은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몸앓이로 죽거나, 치여죽거나, 싸움터에서 죽은 여러 사람은 몇인지 밝히면서도, 정작 미리맞기 탓에 죽는 사람이 얼마인지 밝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나라에서는 배움터(학교)로 가르친다고 합니다만, 막상 배우고 가르치는 터전이기보다는 끈(학벌)을 거머쥐는 길목으로 여긴 지 오래입니다. 살림길과 사랑을 나누고 어깨동무하는 발판인 배움터하고는 한참 멀지만, 이 얼거리를 바꾸거나 바로잡으려고 힘을 기울이지는 않습니다.


  이른바 들넋(민주주의)은 ‘이야기 + 손잡기(대화·타협)’라고 일컫지만, 정작 이야기를 차분히 하고서 손을 잡으려고 하는 무리는 드뭅니다. 다들 저희 말만 늘어놓거나 목소리를 높일 뿐입니다. 겨우 이야기를 마쳤어도 손을 잡고서 일하지 않아요. 싸우기만 합니다. 그런데 얼뜬 무리만 이야기 없고 손잡기 없는 결이 아니에요. ‘민주’라는 이름을 건 무리도 이야기가 없을 뿐 아니라 손을 안 잡는데다가, 헐뜯는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손석춘, 철수와영희, 2024)을 읽었습니다. 2024년 첫머리에 읽고서 2025년 첫머리를 앞둡니다. ‘민주(民 + 主)’라는 한자는 ‘종(노예) + 기둥’이라는 얼개입니다. ‘백성(民)’이란 “이름없는 사람”을 가리키고 ‘종’을 나타냅니다. “종이 기둥으로 서는 틀”이란, 이름없는 종이 임금이 시키는 대로 바닥에서 받치는 얼거리일 수 있습니다. 아직 이 얼거리에서 못 벗어나는 우리나라요 푸른별입니다. ‘종·백성·국민’이 ‘기둥’이라고 떠들기는 하되, 사람들(종·백성·국민)은 기둥으로만 세워 놓고서 모든 나랏일을 임금(권력자)·벼슬아치가 거머쥐고서 뒤흔드는 얼거리이거든요.


  2024년 12월 첫머리에 고삐(계엄)를 틀어쥐려던 우두머리가 있고, 이 우두머리는 곧 끌려내려올 텐데, 나라에 나라지기가 없더라도 나라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랏일은 나라지기가 안 하거든요. ‘기둥’으로 떠받치는 몫인 “우리 스스로인 종(백성)”이 일합니다. 더 돌아본다면 우두머리뿐 아니라 벼슬아치(국회의원·도지사)이 몽땅 없어도 나라는 안 흔들리고 안 멈추고 안 무너집니다. 기둥 자리에 있는 우리 스스로 일하고 움직이기에 멀쩡하지요.


  들불(민주)을 일으킨 사람은 바로 ‘종’인 “우리 스스로”입니다. 몇몇 길잡이가 너울(민주)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란 따로 없습니다. 모든 종(사람)이 꽃보람입니다.


  숲은 온갖 나무하고 풀과 어우러지기에 온갖 짐승과 새와 벌레에 사람까지 어우릅니다. 우리가 나아갈 곳은 바로 ‘숲’입니다. 위아래로 가르는 틀이 아닌, 몇몇 벼슬아치에 우두머리가 일삯을 엄청나게 받는 틀이 아닌, 고르게 일하고 고르게 나누는 터전으로 나아갈 노릇입니다. 조금 더 땀흘린 이한테도, 몸이 고단해서 쉬는 이한테도, 두루 제몫을 누릴 빛줄기를 열어야 참다이 풀꽃나라(민주주의)입니다.


  이 나라에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돈을 빼돌리는 막삽질이 판칠 뿐이고, 총칼(전쟁무기)에 너무 쏟아부을 뿐이고, 검은돈을 자꾸 꿍꿍이로 일으키는 임금·벼슬아치가 있을 뿐입니다. 이제 이 모든 굴레를 털고서 아름나라로 바로세우는 길에 뜻을 모아서 한지붕을 이루어야지 싶습니다. 함께살기(민주)를 헤아리고, 꽃누리(민주)를 돌아보고, 참길(민주)을 바라볼 적에, 상냥하고 올바르게 고루눈을 뜨면서 두루넋을 펼치는 숲하나(민주)로 설 만하다고 봅니다.


ㅅㄴㄹ


상공업 규모가 커지자 그들이 내는 세금도 늘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적 발언권은 신분제에 토대를 둔 세력(왕족, 귀조그 성직자 계급)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을 상공인들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91쪽)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의 주체는 대학생만이 아니라 청년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들이 있었는데 386이란 말은 대학 학번 중심입니다. 1970년대는 물론 80년대 초까지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았던 시점에 주목하면 더 적절하지 않습니다. (156쪽)


유진오의 증언처럼 공산주의자들이 쓴다고 해서 그 “좋은 단어”를 쓰지 않는다면 그 말을 빼앗기게 됩니다. 단순히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에 담긴 민주주의 철학마저 잃어버리고 말지요. (169쪽)


첫째, 자신의 언어에 대한 성찰입니다. 현대인이 사용하는 언어 대부분이 최소한의 의미만 남거나 그조차 상실한 언어로 소통되고 있다는 진단이 언어 철학, 언론학, 정치 철학에서 두루 제기되고 있습니다. (214쪽)


+


해괴한 사건이 종종 벌어집니다

→ 끔찍한 일이 가끔 벌어집니다

→ 무서운 일이 곧잘 벌어집니다

4쪽


누군가를 잘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할 때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 누구를 모르면서도 안다고 여길 때 매운맛을 볼 수 있습니다

→ 누구를 모르면서도 안다고 여길 때 쓴맛을 볼 수 있습니다

13쪽


만약 누군가가 1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 누가 첫대목을 따르지 않는다면

→ 누가 첫자락에 고개를 안 끄덕인다면

→ 누가 첫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9쪽


각 조직에서 최고 의사 결정권은 아래로부터 올라오지 않습니다

→ 모둠마다 마지막에 다스리는 사람은 밑에서 올라오지 않습니다

→ 모임마다 끝에서 쥐는 쪽은 밑에서 올라오지 않습니다

→ 두레마다 갈피를 잡을 적에 밑에서 올라오지 않습니다

→ 자리마다 판가름을 할 적에 밑에서 올라오지 않습니다

22쪽


그런데 MZ세대에 대한 논의도 좌절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 그런데 젊은이를 놓고도 미끄덩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그런데 젊은꽃을 두고도 넘어진 이야기가 넘칩니다

→ 그런데 젊은때를 다루며 쓴맛 이야기뿐입니다

29쪽


현대 한국에서도 ‘집성촌(集姓村)’을 찾아볼 수 있지요

→ 오늘날에도 한마을을 찾아볼 수 있지요

→ 요즈음에도 씨집마을을 찾아볼 수 있지요

38쪽


장송곡을 부르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려면

→ 눈물노래를 부르는 때를 제대로 알려면

→ 가심노래를 부르는 자리를 잘 보려면

53쪽


상공업 규모가 커지자 그들이 내는 세금도 늘어났습니다

→ 크게 짓고팔기를 하자 낛도 늘어납니다

→ 널리 팔고짓기를 하자 나랏돈도 늘어납니다

91쪽


혁명의 유혈 사태가 있었지요

→ 너울치며 다치기도 했지요

→ 들물결에 죽기도 했지요

94쪽


다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하자는 말입니다

→ 다만 있는 그대로 보자는 말입니다

→ 다만 바로보자는 말입니다

144쪽


그 “좋은 단어”를 쓰지 않는다면 그 말을 빼앗기게 됩니다. 단순히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에 담긴 민주주의 철학마저 잃어버리고 말지요

→ 이 “고운 말”을 쓰지 않는다면 이 말을 빼앗깁니다. 그저 빼앗기지 않고 말에 담긴 들넋까지 잃어버리고 말지요

→ 이 “알뜰한 말”을 쓰지 않는다면 이 말을 빼앗겨요. 그냥 빼앗기지 않고 말에 담긴 사람빛까지 잃어버리고 말지요

169쪽


백번 양보해서 그래도 국민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 크게 봐주어 그래도 들꽃을 붙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 오지랖으로 그래도 들풀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172쪽


1990년대 들어 뚜렷하게 퇴조했습니다

→ 1990해무렵 들어 뚜렷하게 무너집니다

→ 1990해무렵 들어 뚜렷하게 물러갑니다

17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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