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926


《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정해왕 옮김

 아이즐북스

 2005.11.11.



  사람은 다 다르기에, 말을 술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을 더듬더듬 들려주는 사람이 있어요. 날렵하게 뛰고 달리는 사람에, 느릿느릿 걷고 쉬는 사람이 있지요. 잘 하기도 하지만, 못 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빨리달리기에 셋째로조차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예전 어린배움터(국민학교)는 열 아이가 나란히 달리라고 하면서 첫째·둘째·셋째한테는 팔뚝이나 이마에 ‘1·2·3’을 철썩 찍어 주고서 덤으로 공책을 몇 자락 주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여섯 해 내내 ‘3’은커녕 공책 하나 못 받았습니다. 《노래하지 못하는 새 이고르》는 ‘노래바보’라면서 놀림받던 새 ‘이고르’가 아무도 없다고 여길 만한 벌판으로 날아가서 혼자 신나게 노래하는 길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이고르는 이고르대로 노래할 뿐이에요. 다른 새는 다른 새대로 노래할 뿐입니다.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일이 아닙니다. 이고르는 노래하고 싶을 뿐인데, 다른 새는 배꼽을 쥐며 웃기만 합니다. 실컷 목청을 틔우고 난 이고르는 조금은 후련합니다. 이때 이고르가 부른 노래를 끝까지 들은 ‘새가 아닌 다른 짐승’이 있고, ‘너처럼 노래하는 이는 처음 보는데 참 즐거웠다’고 얘기합니다. 가만히 보면, 글이건 그림이건 노래이건 숱한 갈래가 있어요. 다 다른 글과 그림과 노래이기에, 우리는 저마다 우리 삶에 가락을 입혀 기쁘게 나누고 누리면서 스스로 아름다울 뿐입니다.


#きたむらさとし #おんちのイゴ?ル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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