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2.12.
숨은책 829
《도시산업선교》
도시산업선교위원회 엮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전도부
1971.9.21.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게 하늘님입니다. 우리나라 몇 군데 절집은 ‘하느님·하나님’이란 이름을 놓고서 불꽃튀게 싸워 왔습니다만, ‘하늘·하나’는 그저 같은 말이고, ‘한’도 같은 말이며, ‘함’에 ‘하·하다’도 같은 말인데다가 ‘해’까지 같은 말입니다. 어느 이름을 쓰든 썩 대수롭지 않되,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룰 이름이 아닌, 어울리고 어깨동무할 말을 살피고 찾아야 비로소 하늘빛을 품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한·기·장 여신도회, 베다니평신도교육원’에 깃들다가 버린 책인 《도시산업선교》를 2005년 첫가을에 서울 노고산동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이 책을 만나던 날, 책집지기하고 옆집 할매하고 두런두런 주고받는 말을 한참 옆에서 들었어요. 문득 궁금했어요. ‘옆집 할매는 말동무가 없을까?’ 아마 없었을 테지요. 날마다 헌책집지기랑 수다를 나누던 할매인데, 몇 해 뒤에 ‘말동무 없는 아파트’로 옮깁니다. 할매네 집을 할매네 아이들이 허물고서 높다랗게 ‘빌라’로 바꾸었어요. 《도시산업선교》를 펴면, ‘선교와 봉사와 노동운동’에 ‘시민단체’에 ‘교육공무원과 교사’하고 얽힌 얘기도 있고, 제가 나고자란 ‘인천’에서 여러 사람이 ‘도시 산업선교쎈타’를 꾸린 자취도 엿봅니다. ‘선교’는 왜 해야 했을까요? 믿음을 퍼뜨리려 하기보다는 그저 이웃으로 지내고 동무로 사귀면 넉넉한 일이지 싶습니다. 살림이웃에 말동무일 때에 마을이 살아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