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26.
《폐쇄 병동으로의 휴가》
김현경 글·노보듀스 그림, 자화상, 2019.2.20.
간밤부터 비가 온다. 비가 죽죽 온다. 시원스럽다. 낮에는 비가 갠다. 해가 나오고, 구름이 끼고, 다시 해가 나고, 또 구름이 낀다. 늦가을에는 한참 가뭄이었는데, 이 비로 살짝 적시면서 푸나무도 숨을 돌리는구나 싶다. 《폐쇄 병동으로의 휴가》를 읽었다. 짤막하게 드나든 마음돌봄터 이야기를 묶는다. 꼭 길게 겪고서 써야 하지 않으나 살짝 발을 담그다가 끝난 나날을 애써 옮겼구나. 1/3쯤 읽을 무렵부터 헤매는 줄거리라고 느꼈고, 2/3쯤 읽을 무렵에는 갈팡질팡하는구나 싶었고, 다 덮은 뒤에는 “왜 책을 냈을까?” 싶었다. 글을 꼭 써야 할 까닭이 없다만, 글을 하루하루 쓰면 된다. 남한테 보여줄 글이라면 쓸 까닭이 없고, 스스로 되읽을 글이라면 날마다 쓰면 된다. 어떤 모임에 이바지하려는 마음이라면 이미 그르친다. 어느 누구한테도 이바지하지 않을 글을 쓰려는 마음일 적에 붓끝이 살아숨쉰다. 제발 다 끊어야 한다. 버릇을 끊어야 한다기보다, 끈을 끊어야 끝에 서면서 첫발을 새로 뗀다. 마흔 해 뒤에 스스로 돌아볼 글이면 얼마든지 쓸 일이다. 여든 해 뒤에 아이가 물려받을 글이라면 웃고 울면서 쓸 만하다. 발담근 몇 날을 옮기는 글은 덧없다. 딱 하루를 살아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스스로사랑’을 쓸 적에 비로소 글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