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28


《松江歌辭》

 정철 글

 방종현 풀이

 정음사

 1948.3.30.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88∼93년에 ‘옛글(고전문법·고전문학)’을 외우다시피 배웠습니다. 옛사람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옛슬기를 오늘에 살리려는 길이 아닌, ‘대학입시’에 나올 ‘시험문제’ 때문에 가르치고 배웠어요. 이러다 보니 푸른배움터에서 다루는 옛글은 ‘살림글(생활문학)’하고 동떨어졌습니다. 임금바라기를 하거나 하느작거리는 줄거리가 가득했어요. 그러니까,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흐른 일노래나 들노래나 놀이노래는 ‘대학입시 시험문제’로 아예 다룬 적이 없습니다. 우리 옛이야기나 수수께끼도 매한가지입니다. 《松江歌辭》는 ‘正音文庫’ 가운데 하나로 나옵니다. 우리글을 되찾고 우리말을 누릴 수 있는 기쁜 마음으로 이 작은 꾸러미를 선보였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왜 ‘바른소리’도 아닌 ‘正音文庫’처럼 일본스럽게 글을 적어야 했을까요? 옛사람은 중국을 섬기면서 ‘松江’이라 적었어도, 오늘날에는 ‘솔내’처럼 우리말로 옮기고 제대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굴레에서 풀려났어도 막상 ‘고달픈 굴레살이’를 우리말로 풀어내고 우리글로 적은 꾸러미를 거의 못 엮었습니다.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살아내고,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어떻게 살림을 꾸리면서 집과 밥과 옷을 저마다 손수 지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1946년에도 1948년에도, 또 1960년과 1970년과 2000년뿐 아니라 2020년을 넘어서는 요즈음까지도 제대로 못 엮어요. 작은길을 작은책(문고본)으로 묶을 줄 알 적에, 작은씨를 돌보아 숲을 이루겠지요.


- 金善培 + 1985.9.18. 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