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이 사는 나라 -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4-2(나) 수록 초록연필의 시 1
신형건 지음, 김유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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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2.5.

노래책시렁 456


《거인들이 사는 나라》

 신형건

 진선출판사

 1990.1.20.



  아이가 보기에 어른은 ‘큰사람’일 수 있지만 ‘덩치’뿐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 아이는 ‘작은사람’일 수 있는데 ‘빛씨앗’일 수 있습니다. 어느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데, 사랑이 아닌 채 보면 으레 겉모습만 좇습니다. 사랑으로 마주하기에 크고작은 몸집이 아니라, 철빛이나 빛씨앗으로 다가서게 마련입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는 1990년에 처음 나온 뒤로 거듭 새옷을 입는데, 글쓴이는 서른 몇 해에 걸쳐서 예전 글결을 그대로 잇는 듯합니다. 어린이책에 글을 쓰거나 옮기는 일을 한다면 “-게 되다”나 “난로 위”나 “―”나 “만들다”나 “-들”을 비롯한 온갖 얄궂은 말씨는 하나하나 털고 가다듬어야 할 텐데, 막상 어느 하나도 안 가다듬는다고 느낍니다. 어느 누구도 “눈 위”를 못 걷습니다. 왜 그럴까요? “눈 위”는 날거든요. 걸으려면 “눈밭을 밟아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무늬한글’일 적에는 겉속 모두 어정쩡합니다. 손수 살림을 짓고 돌흙나무를 매만지면서 낱말을 차곡차곡 다듬고 추스를 줄 알아야 비로소 아이 곁에서 철든 사람으로 설 만합니다. ‘초중고등학교·대학교’를 다니면서 익숙한 말씨는 거의 다 옮김말씨나 일본말씨인데, 이 말씨를 털어야 제대로 말씨앗을 심습니다.


ㅅㄴㄹ


난로 위에 앉은 주전자가 /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 통 알 수가 없어. /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 뚜껑을 달싹거리고 /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 허연 김을 뿜어대더니, / 좋아서 그러는 건지 / 화가 난 건지 / 통 알 수가 없어. / ―왜 그러니? (안절부절/19쪽)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거인들이 사는 나라/22쪽)


+


《거인들이 사는 나라》(신형건, 진선출판사, 1990)


그 대신 문가에 있는 초인종을

→ 그러면 어귀에 있는 단추를

→ 그러면 앞에 있는 누름쇠를

13쪽


하늘에 둥둥 떠다니게 된 게 아닐까

→ 하늘에 둥둥 떠다니지 않았을까

14쪽


난로 위에 앉은 주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 불덕에 앉은 물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 불에 앉은 노구솥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19쪽


―왜 그러니?

→ “왜 그러니?”

19쪽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 하루만이라도 어른을 큰사람나라로 보내자

22쪽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 길을 가로지르면 얼마나 길까

→ 한길을 건너려면 얼마나 길까

22쪽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래

→ 또 메아리를 외칠래

→ 또 메아리를 칠래

44쪽


지루한 연설을 하니까 연거푸 하품을 해대지 뭐야

→ 지겹게 말을 하니까 거푸 하품을 하지 뭐야

→ 따분히 말씀하니까 하품을 해대지 뭐야

54쪽


바람의 집에 세들어 사는 풀꽃들을 만났다

→ 바람집에 깃든 풀꽃을 만난다

→ 바람네를 빌린 풀꽃을 만난다

66쪽


커다란 하늘의 품이 미처 안아주지 못한 별들을 위해

→ 커다란 하늘이 미처 품에 안지 못한 별한테

80쪽


낟알들을 재잘거림으로 뱉어내고 있다

→ 낟알을 재잘거리며 뱉어낸다

→ 낟알을 재잘재잘 뱉어낸다

→ 낟알을 재잘조잘 뱉어낸다

85쪽


벼들은 손을 올렸다 내리기도 하고

→ 벼는 손을 올리고 내리기도 하고

8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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