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탄력 2024.11.14.나무.



여름은 여름이기에 여름답게 여름볕이 내리쬐고 여름바람이 싱그러이 덮어. 겨울은 겨울이라서 겨울답게 겨울해가 비추고 겨울바람이 차갑게 얼려. ‘철’은 석걸음으로 흐른다지. ‘첫봄·한봄·늦봄’처럼, 처음을 열고 한창 퍼지고 늦도록 감돌아. 저마다 다르지만 봄에는 봄이라는 결로 꾸준히 일어나지. 걷거나 달리거나 설 적에도 이와 같아. 부드럽게 처음을 열고서 한창 신나게 움직인 다음에 느긋하게 매듭을 지어. ‘공’은 부드럽게 바닥이나 담에 닿아서 가볍게 튀기에 톡톡 통통 잇달아 튀다가 구를 수 있어. 사람이 하는 일도 이와 같으니, 부드러이 천천히 열 적에 시나브로 힘이나 기운을 받아서 시원스레 뻗을 수 있고, 이윽고 다시 부드러우면서 느긋이 맺을 만하단다. 한꺼번에 다 해내려고 하면 무겁고 딱딱해서, 그만 바닥하고 담도 깨지고 ‘딱딱공’부터 깨지고 말아. 어느 일이건 하루아침에 끝내려고 하지는 마. 어느 일이건 하다 보면 눈깜짝 사이에 끝날 때가 있고, 일찍 마칠 때가 있어. 이레나 달포나 몇 해가 걸리기도 하지. 이때에 넌 무엇을 보겠니? “네(내)가 한 일”을 보겠니? “얼마나 걸리는지” 보겠니? “얼마나 걸리는지”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길에만 선다면, “네(내)가 할 일”을 어느새 잊거나 놓쳐. 너(나)는 ‘일’을 해야겠지. ‘얼마나’가 아닌 ‘일’을 할 노릇이야. 놀 적에는 ‘놀이’를 볼 노릇이야. 무슨 놀이를 해야 한다고 여기지 말고서 마음껏 놀 노릇이야. ‘무엇’을 보고 하며 나아갈 노릇인지 ‘길’을 바라보아야 ‘삶’이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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