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뭉치 2024.11.13.물.



마음을 하나로 두면, 작은덩이나 큰덩이 모두 튼튼하지. 마음이 흩어지면, 큰뭉치나 작은뭉치 모두 허술해. 한마음이 아닐 적에 무엇을 하는지 돌아보겠니. 도마를 놓고서 칼로 썰 적에 밥살림을 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자꾸 어긋날 뿐 아니라 손가락을 베기까지 해. 책을 쥐지만 딴청을 하거나 둘레에서 흐르는 소리를 듣다가는, 이야기는커녕 줄거리조차 못 느껴. 앞에서 마주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데에 마음을 두면 헛도는 말만 흘러나와. 겨울에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어떻게 뭉치니? 반죽을 어떻게 하니? 오직 눈송이에 마음을 쏟을 노릇이고, 그저 반죽을 하는 손길을 살펴야겠지. 스스로 뭘 하려는지 안 헤아리는 채 뭉치기만 한다면, 덩이는 자꾸 불어나지만 다 군살이란다. 한뜻으로 뭉칠 때에만 힘이 있어. 부피만 키울 적에는 아무리 큰덩이라 하더라도 속이 텅 비어. 빈속에는 아무 줄거리가 없어. 텅 빈 머리나 마음으로는 어느 일도 이루지 않아. 씨앗이 싹트려면 속을 야물게 뭉칠 노릇이야. 나무가 튼튼히 서려면 흙이 야물게 뭉쳐서 보드라이 어울리는 깜흙이 있어야겠지. 바닥이 야물기에 못물이 찰랑이고 냇물이 흐르고 바닷물이 출렁여. 가벼운 날개라 해도 뼈와 깃이 고루 어울리기에 바람을 탈 수 있어. 한 군데에 두는 뜻이라면 그저 “한 군데에 있다”일 테지. 무엇을 하려는지, 왜 하려는지, 어떻게 하려는지, 늘 돌아보면서 가다듬기를 바라. 물처럼 홀가분하게 뭉칠 줄 알면서, 바람을 탈 줄 알면서, 물처럼 풀과 나무에 몸으로 스밀 줄 알면서 살기에 반짝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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